[IS, 요르단 조종사 살해] 잔인한 방식 택해 공포 극대화… 한달전 살해해놓고 ‘거짓 교환협상’ 요르단도 사형수 2명 교수형… “IS연계 5명 추가 처형” 보복 다짐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인질로 잡고 있던 요르단 공군 조종사를 산 채로 불태워 살해하는 동영상을 3일 밤 전격 공개했다. 그동안 IS가 인질을 여러 차례 참수한 적은 있으나 인질을 화형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요르단과 같은 아랍 국가들이 미국 주도의 IS 격퇴 작전에서 발을 빼도록 유도하기 위해 ‘충격과 공포’를 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요르단 정부는 IS에 대한 보복을 다짐한 지 수시간 만인 4일 새벽 IS가 석방을 요구한 여성 테러범 사지다 알 리샤위와 알카에다 간부 지야드 알 카르볼리 등 사형수 2명을 교수형에 처했다.
○ ‘산 채로 화형’ 잔혹한 IS
숨진 카사스베흐 중위는 지난해 12월 24일 시리아 북부 락까 근처에서 IS 공습에 나섰다가 자신이 몰던 F-16 전투기가 추락하면서 IS에 생포됐다. 그가 속한 요르단 유력 부족 바라세흐족은 요르단 왕정의 전통적 지지층답게 많은 가족들이 군에 복무하고 있다. 2009년 킹후세인 항공대를 졸업한 카사스베흐 중위는 한국-요르단 협력 프로그램에 따라 한국의 서산비행장에서 F-16 전술훈련을 받기도 한 인재다. 카사스베흐 중위는 결혼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새신랑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 요르단 “즉각 보복”…국제사회 ‘충격과 분노’
자국 조종사의 사망을 확인한 요르단은 즉각 보복에 나섰다. 요르단 정부는 4일 해가 뜨기 전인 오전 4시를 기해 IS 여성 테러범 리샤위 등 2명의 사형을 집행했다. 맘두흐 알 아메리 요르단 군 대변인은 사형 집행 수 시간 전 “카사스베흐 중위는 순교했지만 그의 피는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응징과 복수는 요르단 국민들이 느끼는 상실감만큼 거대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카사스베흐 중위의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에 대해 죄수 처형 이상의 복수를 원한다. IS를 전멸시켜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요르단 정부는 IS 및 알카에다와 연계된 테러범 5명을 추가 처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아랍스카이뉴스 등이 보도했다.
또한 요르단군은 성명을 통해 카사스베흐 중위가 숨진 시점은 동영상이 공개되기 한 달 전인 1월 3일이라고 밝혔다. IS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요르단 정부를 향해 일본인 인질과 여성 테러범 리샤위의 맞교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카사스베흐 중위를 살해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1월 3일에 숨진 것이 사실이라면 IS가 사기극을 벌인 셈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카사스베흐 중위의 사망 소식에 일정을 중단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압둘라 2세 국왕은 공항으로 향하기 전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용감한 요르단인의 죽음은 IS 격퇴를 위한 국제사회의 결의를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백악관 측은 밝혔다.
요르단 군부는 공습 확대를 검토 중이다. 마문 아부 노와르 전 요르단 공군 장군은 “며칠 안에 급격히 증가한 출격을 볼 수 있을 것이고, IS 지도부를 향한 특수 작전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