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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공약 → 변칙증세’ 한계 인정… 복지정책 궤도수정

입력 | 2015-02-05 03:00:00

[정부 ‘증세 없는 복지’ 포기]
연말정산 사태로 변칙증세 제동… 정치권에 복지 구조조정 방안 주문
與 “증세 대타협기구 정부 참여를”… 복지수준-비용문제 공론화 급물살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4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증세 문제는 마지막 수단으로 고려할 수 있다”며 “복지 문제에 대해 여야가 컨센서스를 이뤄 달라”고 주문했다. 최 부총리가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증세 가능성을 열어두고 복지 수준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를 주문한 것은 현 정부 정책기조에 대한 비판이 집중됨에 따라 더이상 ‘증세 없는 복지’란 명분을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증세 없는 복지’ 정책의 포기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 연말정산 파동 이후 ‘무리한 복지 공약→재원 마련을 위한 변칙 증세→증세 없는 복지의 허구성 논란’이 이어지면서 국민과 정치권의 비판이 계속됐다. 게다가 새누리당 대표에 이어 원내대표까지 비박(非朴) 인사가 선출된 상황에서 명분을 지키려고 정치권과 논쟁을 계속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이날 최 부총리는 “세금을 많이 걷더라도 복지를 많이 하자고 국민들이 원하면 빚을 내거나 세금을 많이 걷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지 않느냐”면서 “증세와 복지에 대한 합의가 먼저 돼야 정치적 논쟁으로 끝나지 않고 생산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상태로는 소모적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정치권의 합의를 전제로 복지 지출 구조조정과 세수 증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최 부총리의 제안에 대해 “정부도 나서야 한다”며 정부와 국민이 들어가는 대타협기구를 만들어 증세와 복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의 복지 수준 합의 제안’이란 최 부총리의 카드는 연말정산 파동을 계기로 정부가 곤경에 빠진 현 국면을 전환할 뿐 아니라 복지와 재정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 부총리 주문대로 정치권이 복지 수준 조정에 나서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무상복지가 줄어드는 대신 저소득층에 정부 지원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복지사업의 구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로선 꼭 필요한 계층만 돕는 ‘선택적 복지’ 체계를 구축해 복지 지출의 효율성과 재정건전성을 동시에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날 최 부총리가 복지 수준과 비용 문제를 화두로 던진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이 낮은 수준의 복지에서 중간 이상 수준의 복지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데 그동안 비용 문제를 제대로 논의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재정 전문가들은 복지와 증세 이슈를 논의하기에 앞서 정부가 과거 지출 구조조정을 제대로 했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공무원 임금과 인원 삭감 같은 고통이 따르는 조치를 내버려 둔 채 말로만 구조조정을 외쳐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많은 조세 전문가들 중에는 정부 지출 가운데 낭비되는 부분과 비과세 감면만 줄여도 적지 않은 복지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이 당청 갈등으로 번지자 진화에 나섰다.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그는 “국정운영의 추진동력이 약해질 위기인 만큼 새누리당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한 몸”이라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 / 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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