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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진 국립발레단장 “타성 깬 무대… 단원들에 날개 달았죠”

입력 | 2015-02-05 03:00:00

취임 1년 맞은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겸 예술감독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은 1년째 발레단의 공연을 극장 무대 양끝에 위치한 발코니석에 앉아 모니터링한다. 그는 “유럽에선 로열석으로 통하는 발코니석이 국내에선 시야를 가린다는 이유로 인기가 없는 점이 안타까워 고정적으로 앉는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발레리나 강수진의 삶과 국립발레단 단장 강수진의 삶은 180도 달라요. 발레리나로서는 항상 주연이었지만 단장으로선 맨 밑바닥에서 단원을 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요.”

발레리나 강수진(48)이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라는 새 옷을 갈아입은 지 4일로 꼭 1년이 됐다. 3일 단장실에서 만난 그는 “평생을 발레리나로 살아와 행정경험이 없던 제가 국립발레단 단장을 맡았을 때 무용계에서 우려가 많았다”며 “아버지조차 ‘너 진짜, 할 수 있겠냐’고 걱정했을 정도”라며 웃었다.

강 단장은 발레를 처음 배울 때의 마음가짐으로 직원들에게 행정업무를 배운 뒤 밤새도록 연구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현재 안정적으로 국립발레단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 단장에게도 어려움은 있었다. 지난해 7월 자신을 주연으로 특별 제작한 ‘나비부인’ 공연을 며칠 앞두고 국립발레단의 2015년 3월 신작으로 같은 작품을 하겠다고 깜짝 발표하면서였다. 주위에서 공사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어 ‘나비부인’의 작품성도 떨어진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스타 발레리나로 호평만 받아온 그에겐 여론의 뭇매를 맞는 건 낯선 경험이었다. 그는 발표 3주 만에 취소 결정을 내렸다. “취소 결정을 내렸던 건 잘한 판단이라고 생각해요. 당시 모든 상황이 국립발레단에 그 공연이 적합하지 않았죠.”

이 과정을 지켜본 단원과 직원들은 결단력이 빠르고, 판단을 내린 것에 대해선 후회하지 않는 강 단장의 쿨한 성격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강 단장은 클래식 발레 위주였던 국립발레단의 타성을 깨고 지난해 10월 네오 클래식 발레 ‘교향곡 7번&봄의 제전’을 무대에 올린 것이 가장 높게 평가받는다. 힘든 작품이지만 단원들의 기량만큼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본 것이다.

그는 “연습 첫날 단원들의 생소한 움직임을 보고 걱정을 많이 했지만 끈질긴 연습 끝에 성공적인 무대를 꾸몄다”며 울먹였다. 단원들에게도 고된 과정이었지만 만족도가 컸다. 이 작품을 통해 강 단장과 단원들의 신뢰가 공고해졌다고 한다.

강 단장은 4월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기반으로 만든 ‘말괄량이 길들이기’다.

“국내 발레단이 하는 건 처음인데 안무 그 자체만으로도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해내는 뛰어난 작품이어서 무용수들의 개성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

강 단장은 또 올 하반기 기획공연으로 단원들이 안무한 작품을 올릴 예정이다. 춤뿐만 아니라 안무를 통해 발레에 대한 안목을 넓혀주겠다는 뜻이다.

강 단장은 발레리나로서의 은퇴 시기를 2016년으로 못 박은 상태다. 그가 현역으로 나설 무대는 10월 예정인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오네긴’ 내한공연, 은퇴 무대는 2016년 7월 21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 극장에서의 은퇴 공연뿐이다. 그는 “올 10월 공연이 은퇴 전 마지막 국내 무대라서 그런지, 슬프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다”며 “단장직을 수행하면서 몸 관리하는 게 힘들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든 마지막 순간은 오잖아요. 더 늦기 전에 그만둔다는 생각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내년에 한국 나이로 50세니까, 충분해요.”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