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김 감독이 아픈 선수를 경기에 뛰게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충분히 쉬게 해 빨리 회복하도록 배려하는 편이다.
김 감독이 강조하고 싶었던 건 열정과 열의, 그리고 절실함이다. 열심히 뛰고, 자신을 희생할 줄 알고, 팀을 먼저 생각하는 선수가 많을수록 강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때때로 투지가 기술을 이기는 법이다.
이번에 ‘시범케이스’로 걸린 선수는 오른손 투수 김진우(32)다. 김진우는 올 초 열린 체력테스트에서 4km 달리기를 완주하지 못해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됐다. 당시 김진우는 감기 몸살이 심하게 걸렸는데 이 역시 예외가 되진 못했다. 이후 2차 테스트에서 합격한 김진우는 오키나와 캠프 대신 대만에서 열리는 2군 전지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구위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KIA에서 김진우만 한 투수를 찾기 힘들다. 선수 한 명이 아쉬운 팀 상황을 감안할 때 검증된 투수인 김진우를 2군에 두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김 감독은 1차 체력테스트 탈락 후 김진우를 따로 불러 이렇게 말했다. “홈구장인 광주 챔피언스 필드에는 네 사진이 크게 걸려 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느껴봐라. 감독을 무서워하기에 앞서 다른 선수들의 눈을 무서워해야 한다.”
김진우가 독기를 품은 건 당연하다. 갖은 우여곡절을 겪은 그이지만 대만 2군 캠프에서 어느 때보다 진한 땀을 흘리고 있다.
특정 스타가 아니라 열심히 하는 선수가 기회를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선수단에 준 것도 긍정적인 효과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의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는 빈 자리를 차지하려는 선의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김 감독은 LG 감독 시절에도 주전 포수로 점찍었던 김태군이 체력테스트에서 탈락하는 등 팀워크에 해가 되는 모습을 보이자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는 도박을 했다. 김태군은 2013년 NC의 주전 포수로 자리 잡았지만, LG 역시 그해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김 감독은 “같은 야구인이자 인생 선배로서 특정 선수를 미워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감독은 인간적인 정보다 팀 전체를 생각해야 하는 자리다”라고 말했다.
레너드 코페트도 ‘야구란 무엇인가’란 책에서 이 부분을 정확히 지적했다. “선수는 오로지 자기 자신의 성공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반면 감독은 팀 전체의 성공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선수들이란 감독이 조금만 풀어 주면 이때다 싶어 느슨해진 것을 파고드는 족속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