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와 함께 하는 대한민국 헌법 이야기] 헌법 25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
공무원이 될 권리는 헌법이 정한 기본권이다. 지난해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추석 연휴를 맞아 한 고시 학원이 개설한 특강에 몰린 모습. 동아일보DB
한동훈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당시 지방공무원법에서는 공무원이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면 공무원의 당연퇴직 사유로 정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당연퇴직된 A 씨는 이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뇌물죄처럼 직무와 관련된 범죄가 아니라 교통사고로 인해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때에까지 이 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해 공직에서 물러나도록 하는 건 공무담임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공직 질서를 유지하려는 입법 목적은 정당하지만 범죄의 종류와 내용을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공직에서 추방하는 것은 A 씨의 공무담임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위헌이다”라고 판단했다.
오늘날 국민 주권의 원리가 헌법의 기본 원리로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이 공직에 취임하고 공무를 담당할 권리가 자명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공무담임권은 오랜 역사적 발전의 산물이다.
공무원의 개념은 근대 초기에 국왕을 중심으로 하는 중앙집권적 권력체제를 만들기 위해 관료제도가 확립되면서 발생했다. 그 후 민주주의가 진행되고 정당정치가 뿌리를 내리자 정권을 획득한 정당이 정권 창출에 공로가 큰 당원들에게 관직을 분배하는 엽관제도(獵官制度)가 시작됐다. 그러나 엽관제도는 행정 능률의 저하, 행정 질서의 교란, 공무원이 단순히 정치 세력의 도구로 전락하는 문제를 일으켰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일정한 자격을 가진 사람을 공직에 임명하고 국가가 공직 수행의 대가로서 생계유지 등 신분을 보장하는 직업공무원제도가 등장했다.
공무담임권은 피선거권 외에 공직을 담당할 기회를 평등하게 보장받는 공직취임권과 공무담임 중에 부당하게 공직을 박탈당하지 않을 공직유지권을 그 내용으로 한다.
공직취임권은 누구나 능력과 적성에 따라 자격을 갖추면 공직에 취임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를 보장받는 권리이다. 따라서 공무원의 채용은 시험 성적, 근무 성적, 공직에의 적성 등 공무원으로서의 능력과 적성이 기준이 되는 실적주의를 통해 실현돼야 한다.
공무원 신분의 부당한 박탈을 금지하는 공직유지권은 직업공무원제도의 취지에서 유래한다. 즉 공무원이 자신의 신분 불안에 동요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일관성 있고 안정적으로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공직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본래의 취지이다. 따라서 입법자는 법률로써 공무원의 퇴직 사유와 같은 공직제도의 내용을 만드는 데 폭넓은 재량을 가지고 있지만 이때에도 직업공무원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교통사고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경미한 범죄를 이유로 아무런 절차도 없이 공직에서 퇴출시킨다면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높아지겠지만 공직자 이전에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한 것이다.
한동훈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