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
‘알아야 면장을(이라도) 하지.’ 상대가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거나 일 따위를 전혀 엉뚱하게 처리해 답답할 때 쓰는 표현이다. 본인이 부족할 때의 답답함을 말할 때도 쓴다. 이때의 면장을 면(面) 행정의 책임자인 면장(面長)으로 아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아마도 면장은 누구보다 면 사정에 훤한 사람이라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허나, 절대로 그렇지 않다. 면장은 공자가 아들 리(鯉)에게 수신제가(修身齊家)에 힘쓰길 강조하는 대목의 면면장(免面牆)에서 유래했다. 논어 ‘양화(陽貨) 편’에 나온다.
면장은 담장(牆)에 얼굴(面)을 대고 있는 상황을 벗어난다(免)는 의미의 면면장을 줄여 쓴 말이다. 커다란 담벼락이 눈앞에 있을 때의 갑갑함이란…. 공부에 힘써야 이처럼 앞이 내다보이지 않는 상황을 벗어나 사람다운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단어의 뜻을 정확히 모른 채 면(免)자를 떼어버리고 면장으로 쓰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면장(面長)으로 잘못 받아들인 것이다.
이와 달리 ‘어떤 일에 온 힘을 기울이다’는 뜻의 전력투구(全力投球)는 ‘전력’과 ‘투구’로 이뤄진 합성어이므로 ‘전력으로 투구하다’로 써야 옳다. ‘전력을 투구하다’로 쓰면 ‘온 힘을 공을 던짐’이 돼 목적어가 둘이나 되는 이상한 문장이 된다.
연말정산보다 더 한심한 건 ‘건강보험료 사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네 탓 공방’만 벌인다. 민생을 위해 건보료 개혁 한 번 제대로 하는 정부를 기대하는 건 욕심일까. ‘뭘 알아야 면장이라도 하지’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