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청문회 전날 피격 사망… 자택 주차장서 영장초안 발견 페르난데스 대통령 개입의혹 커져… 야권-시민들 규탄시위 확산
미국 뉴욕타임스는 3일 니스만 검사 사망 사건을 조사 중인 수사팀을 인용해 니스만의 자택 주차장에서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엑토르 티메르만 외교장관에 대한 체포영장 초안이 발견돼 파장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니스만 검사는 초안에서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티메르만 장관이 1994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발생한 이스라엘-아르헨티나친선협회(AMIA) 건물 폭탄테러 사건의 조사를 방해한 혐의를 상세하게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랫동안 이 사건을 수사해 온 니스만 검사는 폭탄테러의 배후로 이란 당국자들을 지목했으나 두 사람의 방해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페르난데스 정부가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석유자원을 확보하고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수사를 고의로 방해했다고 주장했었다.
니스만 검사는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을 수사한 조사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뒤 지난달 18일 밤 자택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의회 비공개 청문회 출석을 불과 하루 앞두고 니스만 검사가 의문사하면서 의혹이 증폭됐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경찰 조사가 끝나기도 전인 지난달 22일 “사인은 자살인 것으로 추정했지만 속단한 것은 잘못이었다”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이후 경찰은 니스만 검사 옆에 있던 권총을 근거로 지난달 29일 자살로 결론지었다.
대통령의 말과 경찰의 결론이 오락가락 혼선을 빚는 동안 야권과 시민들은 타살 의혹을 제기하며 정부 규탄 시위를 벌였다. 정부가 의회 증언을 막기 위해 그를 살해했다는 것. 현지 언론은 “니스만 검사가 사망 무렵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며 야당 정치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니스만 검사의 사망은 10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태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시민들은 사건 직후 ‘살인자 크리스티나’ ‘나는 니스만이다’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지난달 25일 아르헨티나 일간 페르필에 따르면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지난해 12월보다 4%포인트 떨어진 29.1%에 그쳤다. 이는 2012년 초 지지율 59.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야권은 이런 민심을 등에 업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