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2월의 주제는 ‘약속’]<24>장애인 전용시설 지켜주세요
키 181cm, 몸무게 85kg 건장한 체격의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노태형 씨(31)는 사고 이후 지체장애 2급 장애인이 됐다. 노 씨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나들이 가자”는 가족의 말에도, “영화 한 편 보자”는 친구의 말에도 고민을 거듭했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있는지 미리 인터넷으로 확인한 뒤에야 목적지를 정했다. 대중교통은 꿈도 꾸지 못했다. 손으로 가속과 정지가 가능하도록 제작된 승용차에 휠체어를 싣고 나서야 집을 나섰다.
영화를 보기 위해 어렵게 극장을 찾아내도 현장에는 갖가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장애인주차구역에는 버젓이 비장애인 차량들이 세워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휠체어를 싣고 내리려면 넓은 공간이 필요한데 주차장을 헤매다 끝내 영화 관람을 포기한 적도 여러 번이다. 법적으로 장애인주차구역은 폭 3.3m, 길이 5m 이상으로 설계하도록 돼 있다. 일반주차구역에 비해 폭이 1m 이상 넓다. 장애인차량 표지가 없거나 표지를 붙여도 걸음이 불편한 사람이 타고 있지 않으면 주차금지다. 만약 주차하면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본보 취재진이 점검한 현장에서도 이런 ‘배려의 감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웍스 지하 2층 장애인주차구역에는 표지가 없는 BMW 차량 한 대가 서 있었다. 건물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 바로 앞이었다. 운전자 강모 씨(37)는 “주차할 공간이 없고 엘리베이터가 가까워 세웠다”면서도 끝내 차를 옮기지 않았다. 이 주차장에는 총 205대의 차량을 세울 수 있고 엘리베이터에서 조금 떨어진 주차공간은 텅 비어 있었다.
서울 성동구 비트플렉스 4층의 사정도 마찬가지. 장애인주차구역 11곳 중 2곳에 표지가 없는 차량이 서 있었다. 운전자들은 “차주가 장애인인데 함께 타지 않았다. 표지 부착을 깜박했다”며 황급히 차를 옮겼다.
장애인들은 “사소한 약속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지체장애 1급인 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은 “장애인주차구역뿐 아니라 지하철역에 있는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도 비장애인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며 “장애인에게 주어진 몇 안 되는 편의시설만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지켜지지 않는 ‘약속’을 change2015@donga.com으로 보내주세요. 사례나 사진, 동영상을 보내주시면 본보 지면과 동아닷컴에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