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바탕 영화 ‘폭스캐처’
베넷 밀러 감독은 배우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입히는 데 탁월하다. 전작 ‘카포티’의 필립 시모어 호프먼, ‘머니볼’의 브래드 피트가 그랬듯 채닝 테이텀(왼쪽)과 스티브 커렐은 ‘폭스캐처’에서 완전히 변신했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미 역사상 가장 돈 많은 살인 피의자’가 등장한 이 사건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당시 존 듀폰은 슐츠가 소속된 ‘폭스캐처’라는 레슬링 팀의 창설자이자 후원자였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고 존은 정신병력이 참작돼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0년 감옥에서 숨을 거뒀다.
베넷 밀러 감독은 20년 전 사건을 영화 ‘폭스캐처’(5일 개봉)로 재조명했다. 감독은 존 듀폰(스티브 커렐)과 데이브 슐츠(마크 러펄로) 사이에 한 사람을 더 불러들였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여는 주인공은 슐츠의 동생이자 또 다른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마크 슐츠(채닝 테이텀)다.
마크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한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두 사람은 존이 데이브를 ‘폭스캐처’의 코치로 불러들이면서 갈등을 빚는다. 존에게 버림받은 마크는 극한 배신감에 고통스러워한다. 어른이지만 성장을 멈춘 아이와 같은 존에게 ‘폭스캐처’와 슐츠 형제는 한때 아꼈더라도 싫증나면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장난감 기차와 마찬가지였다.
‘카포티’(2005년) ‘머니볼’(2011년) 등 실화를 영화화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감독은 세 번째 영화 ‘폭스캐처’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는 극적인 실화를 소재로 한 이번 영화에서 존과 마크 두 인물의 심리를 촘촘히 묘사하는 데 주력했다.
그래서인지 배우의 연기가 빛났다. ‘스텝업’(2006년) ‘지.아이.조2’(2013년) 등에 출연하며 할리우드 대표 ‘섹시 심벌’로 꼽혀왔던 채닝 테이텀은 4개월간의 혹독한 훈련 끝에 레슬러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변신했다. 미국 드라마 ‘오피스’ 속 찌질한 상사 역 등 코미디 연기로 익숙했던 배우 스티브 커렐은 존 듀폰 역을 맡아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폭스캐처’는 커렐이 유력 남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는 등 올해 아카데미 다섯 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18세 이상.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