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저소득층 복지 집중”에 野 “무상급식-보육이외 찬성” 정작 복지 구조조정 핵심 빠져
최근 ‘증세 없는 복지’ 폐기와 복지재원 확충 방안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5일 무상보육, 무상급식을 제외한 ‘선별적 복지’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법인세율 인상 등 ‘부자 증세’가 우선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런 발언은 새누리당이 주도한 보편적 복지 체제 개편에 일부 동조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대표적 ‘보편적 복지’ 항목들을 남겨둔 채 야권이 요구해온 법인세율 인상 등을 얻어내겠다는 카드로 풀이된다.
비박(非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선출을 계기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라며 청와대, 정부와 각을 세워 온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를 놓고 향후 야당과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복지구조조정을 통해 해법을 찾되 마지막 수단으로 증세까지 언급하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법인세는 성역이 아니다”라며 증세 가능성을 열어놨다. 새누리당은 조만간 당내 의견을 수렴해 야당과 대화에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이날 김 대표는 한국경영자총협회 연찬회에 참석해 “어려운 국민에게 복지 혜택을 집중적으로 주는 ‘선별적 복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세보다는 복지 지출구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또 “좌파정당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손자도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우파정당인 새누리당은 못사는 국민 70%까지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복지를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 원내대표는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이제 법인세를 정상화하고, 과세 형평성 원칙에 의해 그 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올해 전체 복지 관련 예산의 5% 정도를 차지하는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법인세 인상은 인상대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 유 원내대표는 “법인세도 성역이 아니다” “증세보다 복지지출 축소가 더 어렵다”며 증세 논의에 불을 붙이는 모양새다. 야당이 주장해온 법인세 선(先)인상론에 여당 지도부까지 가세하자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법인세를 성역화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여당이 야당의 페이스에 완전히 말려 무상복지의 제일 핵심은 그대로 놔두면서 법인세는 올려주는 최악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