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프로야구 LG를 이끄는 ‘적토마’ 이병규(41)와 이제는 전장에서 물러나게 된 ‘두목 곰’ 김동주(39·전 두산) 이야기다. 둘은 어쩌면 팬들이 그들의 소속 팀보다 더 사랑하는 선수였고 팬들의 자부심이었다. 한쪽이 물러났으니 이제 묻자. 과연 누가 진짜 ‘잠실의 왕’인가.
○ 방망이는 확실히 두목 곰
김동주는 잠실에서 홈런을 통산 131개(역대 1위) 쳤다. 이 중 LG 투수가 맞은 건 39개(29.8%). 김동주는 잠실에서 LG만 만나면 평소 잠실 경기 때보다 20% 가까이 홈런 비율이 늘었다. 잠실 라이벌전에서 김동주의 통산 OPS(출루율+장타력)는 0.940. 21세기 최강 팀 삼성 팬들조차 공포에 떨게 했던 브룸바(41·전 현대)의 통산 성적과 같다. 김동주는 이 성적을 ‘타자 지옥’ 잠실에서 냈다.
물론 이병규도 맞대결 통산 타율이 0.337이나 되지만 전체적으로는 김동주가 한 수 위다. LG 팬들이 틈만 나면 우타 거포를 갈망하는 데 ‘김동주 트라우마’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 팀에는 더 확실한 적토마
2012년 이후 LG는 잠실 라이벌전에서 28승 1무 22패(승률 0.560)로 역전에 성공했다. ‘잠실의 파괴자’ 김동주가 전력에서 이탈한 뒤였다. 그러는 사이 이병규도 LG가 두산을 밀어내듯 ‘잠실의 왕’ 자리에 올랐다.
데뷔 때 둘의 기대치는 엇비슷했다. 통산 성적만 놓고 보면 김동주가 낫다는 말에 무게감이 실린다. 하지만 왜 이렇게 대조적인 말년을 맞이하게 된 걸까. 팀이 스타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스타도 팀을 필요로 한다. 김동주가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다음이었는지 모른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