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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예정자 톡톡]“학자금 빚만 안은채 백수로 사회 첫발… 졸업식 가야할지 고민”

입력 | 2015-02-06 03:00:00

“원하던 회사에 인턴 취직… 미래 불안하지만 꿈이 있어 설레요”




  《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대학들이 졸업식을 갖습니다. 30만 명이 대학 문을 나섭니다. 대학 정보를 공시하는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생 취업률은 54.8%. 졸업생 둘 중 한 사람은 갈 곳이 없습니다. 졸업생 꼬리표를 애써 감추려 졸업을 유예해 보지만 그것도 잠시. 등 떠밀리듯 사회로 나가야 합니다. 교문 밖은 아직 추운 2월인데 말이죠. 번듯한 직장은 고사하고 대출받은 학자금 빚만 안은 채 계약직을 전전해야 하는 현실과 마주한 졸업생들. 그들의 심정을 들어봤습니다. 그런데 한 졸업생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그래도 꿈이 있어서 설레요.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이 행복한 거잖아요.”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이들에게도 봄날이 오겠지요. 》

오피니언팀 종합·김기성 인턴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3학년

“아는 사람이 있어야 졸업식에 가지”

―졸업식에 가야 할지 고민이다. 더 이상 학생이 아닌데 준비 없이 쫓기듯 사회에 나가야 한다니 막막하다. 졸업식에 가면 다들 어디 취업했는지, 무슨 일을 할 건지 물을 거다. 취업한 친구들을 부러워하면서 애써 혼자 위로하고 싶지 않다. 취업한 친구는 열 명 중 한둘이다.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모여서 우울해하고 싶지 않다.(25·여·서울 K대 산림환경시스템학과 10학번)

―취업 때문에 졸업시기가 제각각이라 졸업식에 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요즘엔 졸업사진도 잘 안 찍는다. 학번도 다른 사람들과 찍은 어색한 졸업앨범을 돈 들여 만들 이유가 없어서다. 졸업사진을 찍는 친구들을 보면 외국에서 유학 온 학생이 대부분이다. 나도 졸업사진을 찍지 않았다. 나중에 대학생활을 어떻게 추억하게 될까.(27·인천 I대 전기공학과 08학번)

―6개월 전에 취업했다. 과제 제출로 출석을 대신하며 학교에 안 나간 지 오래라 졸업식이 의미 없다. 졸업식에 참석할지도 확실하지 않다. 직장은 울진, 학교는 대구라 학교까지 가는 데만 4시간이 걸린다. 친한 친구들도 없는 졸업식에 꼬박 하루를 낼 이유가 있나 싶다. 아직 신입인데, 졸업식 때문에 휴가를 내는 것도 눈치 보인다.(28·대구 K대 전자공학부 08학번)

―졸업을 미뤄온 게 두 학기째. 그동안 친한 친구들이 취업해 하나둘 졸업할 때마다 함께 사진을 찍으며 축하해줬다. 그런데 몇 주 전 취업 합격 통보를 받았다. 막막하기만 했는데, 이젠 졸업식이 기다려진다. 이런 날이 오다니. 고향에서 부모님도 올라오신다. 정장 차림이 이제 제법 잘 어울리는 자랑스러운 아들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26·경기 K대 중국어학과 08학번)

졸업을 해도, 졸업을 미뤄도 첩첩산중

―졸업을 해야 하지만 사실 수료다. 졸업 예정자 신분을 유지하려고 일부러 졸업시험을 보지 않았다. 백수라는 딱지를 달기 싫다. 수료생이 졸업생보다 취업에 유리하다. 졸업 뒤 공백기간이 길면 취업할 때 감점요인이 될 게 뻔하다. 무작정 취업 준비만 했다고 할 수도 없지 않나. 내년 8월 정식 졸업 전까지 어학점수를 더 높이고 노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한다.(26·광주 J대 문헌정보학과 09학번)

―졸업을 유예하고 싶었지만 인턴을 하던 회사의 채용조건이 2월 졸업 예정자였다. 유예를 포기했다. 하지만 인턴 수십 명 중 두 명만 정직원이 됐다. 인턴이 될 때도 서류와 필기시험 면접까지 거쳤다. 그렇게 뽑아 놓고 복사와 문서 정리만 맡겼다. 그러면서 인턴전형 우수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 준다는 ‘희망고문’을 했다. 제대로 된 일도 안 주면서 무슨 기준으로 정규직원을 뽑았을까.(27·경기 H대 화학공학과 08학번)

―사회생활을 빚과 함께 시작하게 됐다. 대학 때 학자금 대출을 네 번 받았다. 총 1500만 원. 방송국 PD가 되고 싶지만 임시로 보습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빚도 갚아야 하고 취업 준비에도 돈이 드니까. PD 지망생들이 많이 가는 학원에서 두 달에 80만 원을 받더라. 정말 큰돈이다. 돈 없으면 취업 준비도 못한다.(25·여·서울 D대 철학과 11학번)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석사학위가 있으면 취업에 유리하지 않을까. 어문계열은 대학 졸업장만으론 취업이 어렵다. 그런데 막상 대학원에 가려니 나이가 걱정이다. 석사를 마치면 서른인데, 취업에 불리한 나이 아닌가. 이대로는 스펙이 부족하고, 대학원을 마치자니 나이가 걱정이고. 학위와 나이 사이에서 여전히 고민이다. 결국 대학원을 택한 이유가 공부가 아닌 취업 때문이란 게 씁쓸하다.(27·서울 F대 일본언어문화학부 08학번)

꿈이 있으니까, 미래를 향해

―초등특수교육 임용시험이 11월에 있다. 앞으로 열 달간 열심히 공부할 거다. 학교에선 취업 준비보다 전공 공부에 집중했다. 봉사활동도 열심히 했다. 임용시험을 미리 준비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한데 후회는 없다. 그 덕분에 대학생활에 충실할 수 있었다. 지금은 학생으로서 학교를 떠나지만 선생님으로 다시 학교에 갈 날을 꿈꾼다.(25·여·서울 E대 특수교육과 10학번)

―어릴 때부터 무용수의 길만을 바라봤다. 졸업을 앞두고 선배들을 보니 국내에서 무용수로 살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 무용단도 적고, 공연도 단기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그래서 독일 유학을 마음먹었다. 독일에선 무용수를 정식 채용하는 회사가 많다. 무엇보다 무용수로 설 무대가 많다. 1년간 카페와 마트에서 일하며 돈을 모았다. 아직 부족해 더 모아야 한다. 난 춤이 좋다. 힘들지만 그렇게 마음을 다잡는다.(24·여·서울 H대 무용과 11학번)

―졸업을 앞두고 원하던 기업의 유통 분야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됐다. 사실 다른 회사 정규직으로도 합격했다. 많은 고민을 했다. 정규직 전환이 보장 안 되는 인턴으로 일할 것이냐, 정규직으로 일할 것이냐. 결국 정규직을 포기했다. 내가 정말 원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었다. 인턴이라 눈치가 많이 보이고 불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열심히 하면 회사가 나를 알아주지 않을까.(28·서울 K대 경제학과 11학번)

―여자 동기 중 이번에 졸업하는 사람은 나뿐이다. 러시아 대학에서 학위를 이수하느라 3년을 더 보냈다. 그 덕에 러시아어에 자신감도 생겼고 학위도 2개를 얻게 됐다. 후회가 없는 건 아니다. 러시아에서 보낸 3년간 한국에서 인턴 경험을 하거나 영어 공부에 매달렸다면 지금 다른 모습일까. 6년간의 대학생활에 최선을 다했지만 아직 갈 곳이 없다. 요즘은 취업을 위해 영어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27·여·경기 K대 러시아어학과 08학번)

―지역 방송국에서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했다. 한 달에 130만 원을 받고 보조작가로 일한다. 주로 자료조사가 내 몫이다. 방송작가가 되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걸 절감하고 있다. 방송작가는 급여가 일정하지 않아 특히 걱정된다. 이 일이 정말 내 적성과 맞는 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있다. 그래도 졸업 후에 놀지 않고 관심 분야에서 일 배우며 돈을 벌고 있으니 다행이다.(25·여·경북 Y대 사회학과 10학번)

내 인생의 홀로서기, 첫발을 떼다

―24세, 처음으로 독립한다. 진로도 정했다. 대학원에서 화학공학을 공부할 계획이다. 공부는 더 하고 싶은데 대학원까지 부모님께 기댈 형편이 아니라 장학금을 주는 포스텍을 목표로 준비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의 노력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했고 마침내 원하는 대학원에 입학하게 됐다. 홀로 인생을 설계하는 첫걸음을 떼려 한다. 지금, 누구보다 행복하다.(24·여·대전 C대 유기소재섬유시스템공학과 11학번)

―아르바이트로 최저 임금을 받다가 내 능력만큼의 월급을 받으며 일을 하니 책임감과 자부심이 생겼다. 취업을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 최종 학점은 4.2를 넘겼다.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영어와 중국어를 비롯해 한자 자격증, 컴퓨터 자격증까지 다양하게 준비했다. 방학 땐 50만 원도 되지 않는 실습비를 받으며 호텔과 항공사에서 인턴을 했다. 그때의 땀과 노력이 큰 힘이 된 것 같다.(26·서울 K대 관광학과 08학번)

―출근한 지 한 달 됐다.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출근한다. 느지막이 일어나던 학생 때와 생활패턴이 180도 달라졌다. 알람소리가 큰 시계부터 샀다.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 잦은 회식은 아직도 힘들다. 친구들과 술자리를 즐기던 편이었는데 사내 회식은 달랐다. 일의 연장이더라. 빨리 집에 가 쉬고 싶은데 술자리가 2, 3차까지 계속된다. 사회생활이 이렇게 고될 줄이야.(26·서울 K대 경영학부 08학번)

―전자회사에 영업직으로 취업했다. 급여도 많고 회사도 탄탄하다. 주는 만큼 일을 시킨다는 말을 실감한다. 오전 6시에 출근해 오후 10시가 돼야 퇴근한다. 학생 때는 대중교통이 불편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일을 시작하니 당장 차가 필요하다. 운전면허가 없어 얼마 전 시험을 쳤는데 떨어졌다. 영업맨이 운전면허도 없다니, 회사에서 알기 전에 면허부터 따야겠다.(27·서울 Y대 경제학과 08학번)

―부모님께 보답할 차례다. 이달에 첫 월급을 타면 가장 먼저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싶다. 누나와 매형에게도 근사한 식사를 대접할 거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도 내가 좀 더 부담하거나 전부 계산한다. 많은 친구가 취업 준비생이다. 나도 취업 준비를 할 때 친구들의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 친구들도 곧 멋진 출발을 했으면 좋겠다.(27·경기 S대 기계공학부 08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