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시몬 타운젠트(Simon Townsend) 스위스 취리히대 교수는 영국 요크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네덜란드에서 영국으로 옮겨온 침팬지들이 새로운 침팬지 집단과 어울리기 위해 새 언어를 학습한다고 ‘커런트 바이올로지’ 5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2010년 네덜란드 빅스베르겐 사파리 공원(Beekse Bergen Safari Park)에 살던 침팬지 9마리를 영국 에딘버러 동물원으로 옮긴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에 이주할 침팬지 7마리와 영국 동물원의 침팬지 6마리에게 좋아하는 과일인 사과를 준 뒤 이때 내는 소리를 녹음했다. 이주를 마친 뒤 2011, 2013년에도 이주한 침팬지에게 사과를 주면서 내는 소리를 녹음했다. 네덜란드 침팬지가 영국에 온 뒤 영국 침팬지와 어울릴 때 나타나는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네덜란드에서 사과를 줄 때는 고음의 소리를 내던 침팬지들이 영국으로 옮긴 뒤로는 영국 침팬지처럼 저음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에서 내던 소리는 932Hz로 높았지만 이주 뒤 영국 침팬지와 친해지면서 소리가 점점 낮아져 2013년에는 708Hz까지 떨어졌다. 소리를 내는 간격도 빨라져 영국 침팬지와 거의 비슷해졌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침팬지가 사과 같은 음식을 볼 때 내는 소리가 고정돼 있다고 생각했다. 사과를 보면 흥분해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낸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타운젠트 교수는 “인간 외의 동물이 사회적 관계를 위해 의지적으로 소리를 바꿔낸다는 사실을 확인한 첫 증거”라며 “침팬지는 진화적으로 인간과 500만~700만 년 밖에 차이나지 않는 만큼 언어에 대한 ‘기본적인 설계도’를 공유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