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북부지법 401호 법정에서 열린 강석진 교수의 2차 공판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성추행 피해 학생들의 구체적인 증언이 속속 공개됐다. 강 교수는 상담을 핑계로 여학생들을 불러내 술을 마신 뒤 추행하는 방식을 써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A 씨는 진학상담을 받기 위해 강남의 한 식당으로 강 교수를 찾아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술을 마신 강 교수가 A 씨의 얼굴을 잡아당겨 키스를 하고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엉덩이를 만진 것이다. 범행 이후에도 강 교수가 계속 연락하며 추태를 이어가자 참다못한 A 씨가 “사모님한테 얘기 한다”라고 말한 뒤에야 연락이 끊겼다.
3년 뒤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던 A 씨는 관계를 풀어보려 강 교수와 다시 만났지만 이 자리에서조차 강제로 키스를 당했다. A 씨는 “2차 피해를 입고 사실상 진로를 포기했다”라며 “구제불능이라 생각해 더 이상 화를 낼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소속 학과에서 촉망받는 수재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강 교수는 성추행 당시 학생들에게 저속한 농담도 수차례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피해자 B 씨와 술을 마시고 데려다 준다며 같이 걷던 중 공원 벤치에서 B 씨의 엉덩이와 가슴을 만지는 등 성추행 했다. B 씨는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엉덩이와 가슴 등을 만지자 이를 뿌리치려고 했는데 안 놓아줬다”며 “강 교수가 ‘네 가슴이 큰 지 내 손이 큰지 보자’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밖에도 진학상담 중 “나는 와이프가 1순위인데 너는 0순위다”라며 여학생을 끌어안는 등 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언행을 자주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2시간여 동안 이어진 이번 공판에서 강 교수는 말 한마디 없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강 교수는 수차례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검사가 피해자 A 씨에 대한 성추행 내용을 설명할 땐 눈을 감고 한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기도 했다.
강 교수의 변호인측은 “공소사실을 반박하기 보단 피해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어떻게 전할지 고민 중이다”라며 혐의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변호인측은 “강 교수가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해 온 부분은 충분히 감안해달라”며 증인 두 명을 신청했다. 이들은 다음달 18일 오후 3시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3차 공판에서 평소 강 교수의 생활방식, 성격 등에 관해 증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