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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주택’등 재탕… 싱글 마음 움직일 정책 부족

입력 | 2015-02-07 03:00:00

정부, 청년층 결혼 독려 나서
女 초혼연령 13년새 26→30세로… 늦은 결혼 해소해야 다출산 가능
난임부부 지원-고비용 혼례 개선… 정책 구체성 떨어져 실효성 의문




동아일보는 지난해 6월 25일 정부의 저출산 대책 무게중심이 ‘보육’에서 ‘결혼 지원’으로 바뀐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정부는 저출산 극복의 핵심이 ‘초혼 연령 낮추기’에 있다고 보고 있다. 결혼을 늦게 하는 추세가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하다 보니 출산이 늦어지고 결국 전체 자녀 수까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1, 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05∼2015년)은 아이를 낳은 이후의 보육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2011년 4조8000억 원이던 영유아 보육비(어린이집 보육료, 양육수당 등) 예산은 2013년 약 10조4000억 원까지 증가했다. 이로 인해 보육예산은 전체 가족 예산의 약 85%에 이르렀다.

○ 보육 치중 저출산 정책으론 한계

하지만 보육 위주의 저출산 정책은 기혼 여성의 취업엔 도움을 줬지만 신생아 수를 늘리는 데는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초혼 연령은 2000년 26세에서 2013년 30세까지 늦춰졌다. 성인 중 미혼자 비율도 2005년 37%(483만9000명)에서 2011년 41%(516만6000명)까지 높아지면서 전체 출산율에 악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올해 9월 발표할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의 큰 방향을 초혼 연령 떨어뜨리기로 잡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실제로 만혼 추세를 억제하는 것은 출산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전체 성인 여성의 합계출산율은 2001년 1.30명 아래로 떨어진 뒤 반등을 못하고 있지만 결혼을 한 여성(유배우자)의 출산율은 1999년 1.55명에서 2011년 1.99명까지 늘었기 때문이다. 일단 결혼을 하면 대체로 자녀 한두 명은 낳는다는 분석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35세 이후에 결혼하는 경우 아이를 두 명 이상 낳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초혼과 초산의 연령을 떨어뜨려야 둘째 셋째까지 낳을 가능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결혼 출산 장려 정책을 통해 2013년 1.19명까지 낮아진 합계출산율을 2020년까지 1.40명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 큰 물줄기 틀었지만 구체성 떨어지는 정책들

정부가 저출산 정책의 큰 물줄기를 틀었지만 실제 출산율을 높이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출범한 제4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임기 3년 차에 접어들어 가까스로 열렸다. 2013년 1월 출범한 3기 위원들은 회의 한 번 개최하지 못하고 4기 위원회에 역할을 그대로 넘겼다.

첫 회의 내용도 구체성이 떨어지고 추상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초혼 연령을 떨어뜨리기 위해 △신혼부부 맞춤형 주거 지원 △고비용 혼례문화 개선 △청년고용 활성화 △맞춤형 안심보육 확대 △고위험 고령 산모와 난임 부부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을 내세웠지만 기존 정책과 다른 내용이 거의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단 저출산 극복을 위한 범정부적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정책들을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9월 최종안에 담겠다”고 말했다.

○ 퇴직자 지원 강화해 성장동력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제4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편 이날 위원회에서는 고령사회에 대비한 노인 정책 점검도 이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18년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인구 비율이 14%를 돌파해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정부는 일단 퇴직자를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정책들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퇴직 예정자에 대한 지원을 의무화하고,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를 확산해 퇴직연령(53세)과 희망노동연령(71세)의 차이를 줄여나가기로 했다. 또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경력 단절 주부, 실직자, 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을 늘리고 개인연금을 확대해 ‘1인 1연금’을 구축하기로 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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