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임원들은
3일 부산도시공사 건설본부장에 임명된 김종원 이사는 1991년 부산도시공사가 출범한 이후 첫 평사원 출신의 임원이다. 부산도시공사가 부산시 산하 공기업이다 보니 그동안 등기임원은 시 공무원 출신들이 맡았다. 이번에도 전임 본부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부산시 기술직 간부들이 이 자리를 노렸지만 서병수 부산시장이 받아들이지 않아 내부 승진 임원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국내 공기업 임원 중 내부 승진 비율은 3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권 인사나 상급 부처 출신의 퇴직 공무원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내부 출신이 공기업 사장 자리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석효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가스공사 공채 1기다. 조계륭 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역시 무보 역사상 첫 공채 출신 사장이다. 다만 이들 내부 출신이 공교롭게도 비리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공공기관 직원은 “내부 출신 사장들이 경영을 잘해야 후배들에게도 길이 열린다”며 “이들이 개인 비리로 줄줄이 철창신세를 지면서 ‘차라리 관피아가 낫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토로했다.
공기업에서는 임원이 돼도 엄청난 혜택을 누리지는 못한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경우 사장과 감사를 포함해 임원은 총 7명이다. 여기에 일반직군 최고위 직급인 ‘1급(갑)’ 중 임원 대우를 받는 직원 5명을 합치면 사실상 임원은 12명이다. 상임이사는 운전사와 함께 기아자동차 오피러스급의 차를 제공받는다. ‘1급(갑)’ 신분의 본부장급 임원은 회사 일이 있을 때마다 회사 차량을 배정받아 쓴다 .
한전 관계자는 “보통 55세 안팎에 임원이 되니 50대 후반이면 옷을 벗어야 한다”며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것을 감안하면 임원이 오히려 수명이 짧은 셈”이라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이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