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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박태환, 금지약물 몰랐다”… 의사 불구속 기소

입력 | 2015-02-07 03:00:00

‘도핑 파문’ 수사결과 발표
“朴측 ‘성분 문제없나’ 수차례 확인”… 녹음파일이 결백 입증 근거
병원장에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박태환 선수(26·사진)의 도핑 파문은 6일 검찰이 금지약물 투약의 책임을 물어 서울 중구 T병원 김모 원장을 기소하면서 일단락됐다. “도핑테스트에서 문제가 될 약을 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는 박 선수 측의 대화 녹음 파일이 박 선수의 결백과 김 원장의 과실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근거가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두봉)는 지난해 7월 29일 박 선수에게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금지한 ‘네비도(NEBIDO)’ 주사제를 투약해 건강을 해친 혐의(업무상 과실치상) 등으로 6일 김 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선수와 매니저들은 2013년 10월 말 처음 T병원을 찾은 이후 김 원장에게 수차례에 걸쳐 ‘약물 성분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지난해 7월 네비도 투약 전에도 박 선수의 매니저 김모 씨는 김 원장에게 “WADA에서 금지하는 약물이 투여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고 당시 녹음파일도 증거로 제출됐다. 검찰은 김 원장이 이런 요구를 귀담아듣고 주의를 기울였다면 네비도의 약품 설명서 첫 번째 항목에 적힌 ‘이 약을 사용하면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김 원장은 “남성호르몬은 체내에서도 자연스럽게 생성되므로 주사제로 보완한다고 해서 (도핑에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며 네비도를 투약했고, 박 선수는 지난해 9월 초 국제수영연맹(FINA)의 도핑테스트에서 테스토스테론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다만 검찰은 김 원장의 투약 행위를 고의가 아닌 정보 부족에 따른 과실로 결론 내렸다.

결국 ‘박 선수는 금지약물인지 몰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지만 이와 별개로 박 선수의 소속사와 대한수영연맹은 ‘세계적 수영 스타를 지나치게 허술하게 관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사 결과 소속사 측은 박 선수의 투약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도핑 상담을 할 전담의를 한 명도 두지 않았다. 박 선수는 수영연맹 등에서 테스토스테론 등 금지약물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는 환자의 건강을 증진시킬 목적의 주사제 투약을 ‘상해’ 행위로 볼 수 있는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국내에서 유사 판례를 찾지 못하자 1975∼1984년 동독의 여자 수영선수 9명에게 비타민제로 위장한 남성호르몬제를 장기 투약했다가 상해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독일 의사 베른트 판솔트의 판례까지 찾아냈지만 이를 박 선수의 사례에 곧장 적용하기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