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경제 교사’로 정계 입문… DJ 재벌개혁 정책 비판 앞장 이젠 ‘경제 민주화’ 강력 주장… “2011년 전대, 좌클릭 터닝포인트 현장 다녀보니 재벌논리론 안돼”
치열했던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이 끝난 2일. 승리한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는 2000년 유 원내대표를 여의도연구소장으로 발탁해 정치권에 입문시킨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2002년 대선에서 유 원내대표는 당시 이회창 후보의 ‘경제 교사’ 역할을 했다. 김대중(DJ) 정권의 재벌 개혁에 대해 “예쁜 재벌은 뒤를 봐주고 미운 재벌은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겁을 주려는 흉계”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당시 진보진영은 유 원내대표의 책 ‘재벌, 과연 위기의 주범인가’(2000년)를 두고 “친재벌”이라고 비판했다. “법인세도 성역이 아니다”라고 주장해 증세 논쟁에 불을 붙인 현재와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그러나 ‘정책노선이 변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유 원내대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었다. DJ 정부의 재벌 개혁을 비판했을 뿐 소신은 학자 시절부터 같았다는 것. 실제로 그는 논란이 된 책 서문에 “(외환)위기 이전 지배구조 개선 등을 주장하면 반재벌적 인사로 분류됐으나, 지금은 과도하고 급진적인 재벌 해체에 반대하면 친재벌적 인사로 지목된다”며 억울함을 표시했다.
그는 “현장에 다녀보면 대기업과 재벌의 논리대로 따를 수 없다”며 변신의 이유를 설명했다. “폐지를 주워 팔아 겨우 먹고사는 어르신들을 지역구 현장에서 보면 ‘어떻게 정부가 이렇게 방치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으로 대구에서 재선한 유수호 전 의원의 차남인 그는 4년 전 당과 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실천하려 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당이 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 7년 동안 우리가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더 중도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현수 기자 soo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