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받는 미성년자
앞으로는 부모의 학대로 고통을 받는 미성년 자녀가 직접 법원에 부모의 친권을 박탈하거나 상실시켜달라고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미성년자인 양자가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은 경우에도 자기 이름으로 직접 재판상 파양(양친자관계를 소멸시키는 것) 청구가 가능해진다.
대법원 가사소송법 개정위원회는 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포함된 ‘가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8일 밝혔다. 대법원은 1991년 제정된 가사소송법을 24년 만에 전면적으로 개정한 이 개정안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법무부 등과 협의해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개정안은 가족간 분쟁에서 통상 ‘약자’ 입장인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크게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법정 대리인을 통해 소송 제기가 가능했던 미성년 자녀들도 가족관계 가사소송을 직접 낼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양육비 지급 명령을 받고도 ‘30일 이상’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바로 감치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혼 소송 중 법원이 양육비 지급을 명령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으면 기존 과태료 처분 외에 직접지급 및 담보제공 명령,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행법은 통상 3개월간 양육비를 내지 않아야 감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나 3개월은 양육자가 참고 견디기 어려운 긴 시간”이라며 “이혼한 배우자를 괴롭힐 목적으로 고의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현실적 의견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재판 관할 때문에 생기는 불필요한 문제도 줄였다. 외국인 배우자가 입국 후 소재불명이거나 입국조차 하지 않은 국제결혼 사기 피해자들은 그동안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내야만 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피해자가 제주도에 거주한다면 제주지법에 이혼소송을 내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게 했다. 또 서울에 있는 남편의 가정 폭력을 피해 부인이 부산으로 주거지를 옮겼다면, 이혼소송을 부산지법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해 ‘양육 공백’을 막게 했다.
이혼한 부모가 면접교섭권에 따라 아이를 만나는 문제를 두고 다투는 일이 많은 만큼 ‘면접교섭보조인’을 신설해 면접교섭 절차를 돕도록 했다.
장관석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