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친노(친노무현)계의 좌장 격인 문재인 의원이 박지원 의원을 누르고 당 대표로 선출됐다. 문 대표의 당선으로 2012년 총선과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권을 내놓았던 친노계는 2년 만에 당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 문 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민주주의, 서민경제를 계속 파탄 낸다면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내에서 계파 소리가 다시 나오지 않게끔 변화와 쇄신을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당대회는 문재인 후보와 박지원 후보 사이의 상호비방전에다 여론조사 룰 변경 논란 등으로 진흙탕 싸움을 방불케 했다. 당 대표 경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낮은 편이었다. 문 대표는 종합득표율 3.52%포인트 차로 박지원 의원에게 신승(辛勝)을 거뒀다. 대의원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에선 그가 앞섰지만 권리당원과 일반당원에선 뒤졌다. 새정치연합의 친노 지도부가 과거처럼 편 가르기와 독선적 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갈등을 피하기 어렵다.
문 대표는 “새정치연합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는 일각의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할 수 있도록 당을 환골탈태시켜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그가 새 지도부 출범 이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가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까지 참배하겠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당선 일성으로 “박근혜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것은 앞으로 새정치연합이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불확실성을 더해주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인적 쇄신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정책 혼선을 거듭하고 있는데도 새정치연합은 야당으로서 견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한 채 사실상 공무원노조의 편만 들며 개혁의 발목을 잡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 대표의 새정치연합이 정부와 여당의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에만 기댈 경우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