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경제학자인 최승노 박사(자유경제원 부원장)가 ‘경제발전의 훼방꾼들’이라는 책을 펴냈다. 도서출판 백년동안이 기획한 ‘대한민국 정체성 총서’의 여섯 번째 서적이다. 최 박사는 “대한민국은 가난과 억압에서 벗어나지 못한 수많은 나라 사람들이 동경하는 위대한 성취를 이뤘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 반대와 훼방도 많았다”고 썼다.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천성산 터널, 새만금 간척 사업, 광우병 파동 때의 ‘반대를 위한 반대’는 꼭 한번 읽어 볼 만하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때 야당 의원들은 길바닥에 드러누워 “우량 농지 훼손 웬 말이냐” “부유층 전유물인 고속도로 결사 반대”를 외쳤다. 서울대 상대 교수들은 반대 성명서를 냈다. 변형윤 서울대 교수는 “소수의 부자들이 젊은 처첩들을 옆자리에 태우고 전국을 놀러 다니는 유람로가 되지 않겠는가”라고 비난했다. “대원군이 경복궁을 만들다가 망한 것처럼 박정희는 경부고속도로를 만들다 망할 것”이라는 악담도 있었다.
▷포항제철을 만들 때는 “철강산업에서 어떻게 수지가 맞겠는가” “제철 공장을 짓더라도 연료도 없고 쓸 곳도 없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철강은 수입하고 쌀을 만들라는 주장도 나왔다. 물류(物流)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나, 현재 포스코로 변신한 포철을 빼고 한국의 성공 신화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나는 개발연대 국가 지도자의 산업화 결단과 야당의 민주화 투쟁을 모두 높이 평가하지만 경제만 갖고 말한다면 각계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단견(短見)이었다.
▷경제발전의 훼방꾼들은 지금도 사회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다. 극좌 세력이나, 정의 평등 진보를 내세우며 남미나 그리스의 실패한 모델을 밟겠다는 세력이 대표적이다. 전면 세금 복지의 폐해를 줄이기보다 기업의 해외 탈출과 일자리 감소를 부추길 법인세 인상을 들먹이는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박정희 대통령은 숱한 반대를 뚫고 산업화의 기적을 이뤘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친의 통찰력과 추진력에는 못 미치면서 포퓰리스트 성향은 적지 않은 것 같다. 경제발전의 훼방꾼들이 파고들 틈새가 많은 리더십이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