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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법인세 올려 복지재원 마련”

입력 | 2015-02-09 03:00:00

[새정치연합 당대표 문재인]대표 선출 직후 ‘증세 공세’ 예고




“법인세를 정상화하고 고소득자와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복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8일 제1야당 대표로 선출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전당대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른바 중산층과 서민의 소득을 높여 내수를 확대하고 경제성장을 추진한다는 ‘소비 주도 성장론’이다. 문 대표는 이를 ‘두툼한 지갑론’이라고도 표현한다. 문 대표의 선출을 계기로 복지냐 증세냐를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재정 정책을 ‘증세 없는 복지’가 아닌 ‘복지 없는 증세’라고 요약했다. 그는 “한국의 복지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아주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 “지금 수준보다 복지를 더 확대하고 늘려가야 한다”고 밝혔다. 세제와 관련해서도 “대기업에 베풀고 있는 법인세 특혜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에서 22%로 인하된 법인세를 25%로 되돌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표는 2012년 대선후보 시절부터 ‘부자 감세 철회를 통한 복지지출 확대’를 주장해왔다. 공교롭게도 문 대표 역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처럼 ‘중(中)복지’를 추구한다. 하지만 그가 2012년 대선후보 당시 무상보육과 대학 반값 등록금제 실시, 기초노령연금 및 장애인연금 두 배 인상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보기에 따라서는 높은 수준의 ‘고(高)복지’로 간주될 대목이 적지 않다.

실제로 그는 대선 때 최대 192조 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복지공약을 내놓았다. 당시 박 대통령이 내놓은 복지 예산 97조5900억 원보다 100조 원가량 더 많다. 이를 위해 법인세 인상으로 5년간 37조 원을, 소득세 최고세율(38%)이 적용되는 과세 대상자를 ‘3억 원 초과’에서 ‘1억5000만 원 초과’로 확대하고 비과세·조세감면제도를 개편하는 것으로 5년간 58조 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견해다. 그 밖에 대형국책사업 전면 재검토 등 재정개혁(73조4000억 원)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등 복지개혁(28조9000억 원)으로 5년간 약 197조 원의 추가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 대표의 재원조달 방식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대선 당시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문 대표의 주장대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이전의 25%로 되돌릴 경우 5년간 13조2365억 원을 추가로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문 대표의 주장보다 24조 원이나 적은 것이다. 게다가 법인세 인상은 국내 고용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법인세율을 올리면 한국 경제가 잃는 것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의 세제 개편안이 국제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대선후보 시절 간이과세 기준을 현행 연매출 4800만 원에서 8400만 원 미만 사업자까지 올리는 자영업자 대책을 내놓았다. 간이과세 확대는 자영업자나 소규모 영세기업들의 부가가치세 탈세를 조장해 세원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세정 당국과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국제기구에서도 간이과세 기준 금액을 올리지 말거나 폐지할 것을 권고해왔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박 대통령보다 더 강력한 복지정책을 주장해온 문 대표가 과연 지금도 그때의 재원조달 방안이 유효하다고 보는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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