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당대표 문재인]대표 선출 직후 ‘증세 공세’ 예고
8일 제1야당 대표로 선출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전당대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른바 중산층과 서민의 소득을 높여 내수를 확대하고 경제성장을 추진한다는 ‘소비 주도 성장론’이다. 문 대표는 이를 ‘두툼한 지갑론’이라고도 표현한다. 문 대표의 선출을 계기로 복지냐 증세냐를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재정 정책을 ‘증세 없는 복지’가 아닌 ‘복지 없는 증세’라고 요약했다. 그는 “한국의 복지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아주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 “지금 수준보다 복지를 더 확대하고 늘려가야 한다”고 밝혔다. 세제와 관련해서도 “대기업에 베풀고 있는 법인세 특혜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에서 22%로 인하된 법인세를 25%로 되돌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그는 대선 때 최대 192조 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복지공약을 내놓았다. 당시 박 대통령이 내놓은 복지 예산 97조5900억 원보다 100조 원가량 더 많다. 이를 위해 법인세 인상으로 5년간 37조 원을, 소득세 최고세율(38%)이 적용되는 과세 대상자를 ‘3억 원 초과’에서 ‘1억5000만 원 초과’로 확대하고 비과세·조세감면제도를 개편하는 것으로 5년간 58조 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견해다. 그 밖에 대형국책사업 전면 재검토 등 재정개혁(73조4000억 원)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등 복지개혁(28조9000억 원)으로 5년간 약 197조 원의 추가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 대표의 재원조달 방식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대선 당시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문 대표의 주장대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이전의 25%로 되돌릴 경우 5년간 13조2365억 원을 추가로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문 대표의 주장보다 24조 원이나 적은 것이다. 게다가 법인세 인상은 국내 고용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법인세율을 올리면 한국 경제가 잃는 것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의 세제 개편안이 국제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대선후보 시절 간이과세 기준을 현행 연매출 4800만 원에서 8400만 원 미만 사업자까지 올리는 자영업자 대책을 내놓았다. 간이과세 확대는 자영업자나 소규모 영세기업들의 부가가치세 탈세를 조장해 세원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세정 당국과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국제기구에서도 간이과세 기준 금액을 올리지 말거나 폐지할 것을 권고해왔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박 대통령보다 더 강력한 복지정책을 주장해온 문 대표가 과연 지금도 그때의 재원조달 방안이 유효하다고 보는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