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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딸 성폭행해 임신시킨 자신의 동거남 석방시키려 딸 혼인신고-거짓증언 강요

입력 | 2015-02-09 03:00:00

친엄마 맞나?




“(성폭행을 한 가해자와의 결혼은) 내가 직접 원해서 한 결혼이에요.”

친어머니의 동거남 김모 씨(43)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아들을 출산한 A 양(16)의 이런 법정 증언에 김 씨를 기소한 검찰은 충격에 빠졌다. 검찰은 상식을 벗어난 A 양의 증언이 본인의 판단에 따른 게 아니라고 보고 증언을 강요한 사람으로 A 양의 친어머니 신모 씨(45)를 의심했다.

검찰은 신 씨가 사실상의 혼인 관계였던 김 씨에게 집행유예 같은 가벼운 형량이 선고되게 하려고 친딸인 A 양에게 “아이에게는 아버지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허위 진술을 강요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곧바로 지난해 11월 발족한 ‘아동보호자문단’을 긴급 소집했다. 자문단은 사건의 정황상 어머니 신 씨를 조사해야 한다고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

검찰 조사 결과 신 씨는 A 양이 2012년부터 김 씨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고 지난해 출산한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A 양이 출생신고와 미혼모 지원 상담을 받으러 찾아간 구청에서 성폭행에 의한 출산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면 사건은 영원히 묻힐 수도 있었다. 더욱이 신 씨는 김 씨가 지난해 8월 성폭행 혐의로 구속되자 “딸이 낳은 아이를 길러줄 아버지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검찰은 신 씨가 지난해 9월 동거남 김 씨와 딸의 혼인신고까지 마친 사실도 확인했다. 신 씨는 친딸이 동거남과 결혼을 원했다는 거짓 근거를 만들기 위해 김 씨가 구속된 직후 A 양과 함께 3개월 동안 10여 차례나 김 씨의 면회를 다녀왔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황은영)는 “친딸을 성폭행하고 출산하게 한 동거남을 두둔하려 한 신 씨의 행동은 아동 보호를 소홀히 하고 정서적으로 학대한 명백한 범죄”라며 신 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은 강제로 맺어진 김 씨와 A 양의 혼인에 대해 혼인무효소송 절차를 진행 중이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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