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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기자의 죽을 때까지 월급받고 싶다]‘1% 대출’… 기회 또는 제2 연말정산 파동

입력 | 2015-02-09 03:00:00

2012대선때 가처분 소득 늘리려 징수방식 급조했던 정책과 비슷
초기 자금 적지만 꼭 사고싶다면 고정금리대출보다 1%대출이 유리




홍수용 기자

정부가 다음 달 내놓는 연 1%대 주택담보대출인 ‘수익 공유형 모기지’의 구조와 이를 둘러싼 비판에는 집을 대하는 한국인의 속성이 녹아 있다. 급하고, 획일적이다.

양은냄비처럼 급한 속성은 관료에게서도 드러난다. 1% 대출상품은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게 시중 금리보다 1%포인트 낮은 금리(연 1.1%)로 집값의 최대 70%까지 빌려주고 7년 뒤 차익을 은행과 나누고 이후 변동금리 일반주택담보대출로 바꾸는 방식이다. 신청 때 소득 제한이 없고 대상은 수도권, 지방 광역시, 세종시, 인구 50만 명 이상인 도시의 공시가격 9억 원 이하, 전용면적 102m² 이하 주택이다.

‘차익을 정산하는 기간이 왜 7년인가?’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관료에게 해보니 “20년은 길지 않나? 보통 집을 산 뒤 7, 8년이면 집을 파는 경향을 감안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실수요자 위주로 집을 장기 보유하도록 유도하는 정부가 투기 수요의 구태가 많이 반영돼 있는 짧은 매매 주기를 적용하는 점은 아이러니다. 무엇보다 정산기간을 정하기 위해 매도자·매수자의 동향, 금융권의 자금흐름을 정밀하게 분석한 흔적이 없다. 돈으로 시장을 급하게 띄우려다 보니 ‘20년은 너무 길고 5년은 너무 짧고 그냥 러키 세븐(7)으로 하자’는 식으로 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과정을 들여다 보면 연말정산 파동이 연상된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개인 가처분소득을 급하게 늘리려고 원천징수 방식을 주먹구구로 바꿔 올해 초 그 사달이 났던 것과 같은 ‘급조 정책’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 때문인지 1% 대출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이다. 마치 집값이 오르면 은행이 이익을 많이 보고 집값이 떨어지면 대출 받은 사람은 쫄딱 망한다는 뉘앙스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집값이 내려갈 때 은행 원금을 보장하기 위해 공적기관인 대한주택보증이 보증을 선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진짜 문제는 정부가 시장 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대출을 하라고 우리은행을 압박한 점이다. 1000원에 떼 온 물건을 500원에 팔라고 해놓고 보증상품에까지 들지 않는다면 은행 부실을 방치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우리는 은행이 망하면 어떻게 되는지 외환위기 때 생생하게 봤다.

수익 공유형 대출상품에 신청이 몰릴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 상품은 금융 선진국에서 오래전부터 운영해 온 제도다. 무엇보다 저금리는 큰 장점이다. 위험 요인을 속속들이 파악한 뒤 관리하며 잘 활용하면 된다.

이제껏 알려지지 않은 내용만 살펴보자. 우선 국토교통부는 신용도가 높으면 코픽스라는 시중 금리에서 1%포인트를 빼주지만 신용도가 낮으면 0.5%포인트만 빼주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최저 금리는 1%대 초반이지만 신용도에 따라 1% 후반 이상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대출 전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상환계획을 짜야 한다. 예를 들어 1% 대출로 집값의 절반을 빌려 집을 산 뒤 7년이 지나 집값이 1억 원 올랐다고 가정하자. 절반인 5000만 원을 은행에 줬으나 이후 집값이 1억 원 넘게 떨어질 수도 있다. 원칙은 ‘한 번 정산하면 끝’이다. 이후 집값이 폭락해도 은행은 정산금을 돌려주지 않는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대출 7년 뒤 집값이 떨어져 은행과 나눌 수익이 없지만 그 후 집값이 급등하면 집주인이 모든 수익을 가져간다.

3월에 1% 대출을 받을 요량으로 이번 달에 무리해서 집을 계약할 수도 있다. 원칙상 소유권이전등기 전이라면 대출 신청자격이 있다. 하지만 신청자가 3000가구를 넘으면 은행이 대상자를 선정한다. 미리 계약했는데 대출 대상에서 탈락하면 금리가 높은 다른 대출을 받거나 계약을 해지해야 할 수도 있다. 정부도 이를 우려해 “대출 신청을 해도 안 될 수 있으니 미리 계약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자, 이제 선택할 차례다. 1%대 수익 공유형 대출과 일반 주택담보대출 중 뭐가 나을까. 김재정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은 “자금 여력이 부족하고 초기 자금 부담을 줄여 집을 사려는 사람은 수익 공유형 대출이 낫고, 자금 여력이 있으면서 예측 가능성을 높여 자금을 운영하려면 금리가 낮은 고정금리 대출이 낫다”고 말했다.

끝으로 선택하기 전 ‘꼭 집을 사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다시 던져보길 권한다. 살고 싶은 지역에 전세가 있다면 2년 더 전세로 사는 게 낫다. 전세로 살면 집에 묶이는 돈의 비중을 매매보다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 물건이 줄어드니 지긋지긋했던 전세의 가치가 새삼 크게 느껴진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