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탈출한 시리아 소년병의 악몽
15세 소년 칼레드는 총을 손에 쥔 지 15일 만에 출전한 전투에서 목 뒤편에 총알이 스치는 부상(점선)을 입었다. 출처 허핑턴포스트 캡처
지금 15세 시리아 출신 소년 칼레드는 외톨이 난민 신세다. 지난해 11월 어머니가 만들어 준 가짜 여권을 들고 혼자 터키 국경을 넘었다. 학교도 가지 않고 허름한 모텔에서 종일 시간을 때우는 나날이지만 악몽 같던 그 시절에 비하면 모든 게 감사하다. 그는 지난해 초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했다가 3개월 만에 가까스로 탈출했다. 2일 미국 허핑턴포스트의 인터뷰에 응한 칼레드는 “IS에 가입하는 것은 쉽지만 탈출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악몽 같았던 체험기와 탈출기를 털어놓았다.
2011년 봄 시리아에 닥친 혼돈은 당시 열한 살이던 칼레드의 삶을 뒤흔들었다.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정부군은 무력 진압을 시도했고, 몇 달 뒤 시리아는 긴 내전에 돌입했다. 형들과 사촌형들은 반정부군인 자유시리아군에 가담했지만 그는 집 안에 갇혀 지내야 했다.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전투에 참여하는 것을 부모가 막았기 때문이다.
칼레드는 곧장 본부에서 50km 떨어진 알티브니 신병 훈련소로 이동했다. 어른들과 함께 소총 등 무기 다루는 법과 체력 단련 수업을 받았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 수업도 들었다. 뭔가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고 느낀 것은 그때 즈음이었다. 그들이 가르친 이슬람 교리는 지나치게 극단적이었다. 사상 교육 시간에는 인질 참수 장면과 어린이들이 잘린 머리를 발로 차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반복적으로 틀어 줬다. 훈련에 반항하거나 투덜거리면 가혹한 매질이 돌아왔다. 두 번 이상 부적절한 행동을 하면 긴 호스나 전선 같은 것으로 때렸다. 어리다고 봐주는 법은 없었다. 한 달 동안의 수습기간에 받은 급여는 37달러(4만337원). 농담을 건넨 사람은 운동을 가르치던 프랑스인이 유일했다.
총을 처음 잡은 지 2주가 되자 출전 명령이 떨어졌다. 신병은 보통 3개월의 훈련 기간을 거치지만 병력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거였다. 막상 전투에 참여하자 소총을 든 손이 덜덜 떨리고 총탄 소리에 정신이 멍했다. 그는 첫 전투에서 목 뒤편에 총알이 스쳐 부상을 입고 기절했다.
칼레드는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자신이 총을 겨눈 상대가 형과 사촌형이 참여한 자유시리아군이라는 사실을 알고 전율했다. 하루라도 빨리 IS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기도가 통한 걸까. 퇴원할 때쯤 어머니 형과의 면회가 허락됐다. 부상이 심한 데다 고위 간부를 통한 덕분에 휴가까지 얻어 낼 수 있었다. 칼레드는 곧장 고향으로 가 가짜 여권 등을 준비해 지난해 11월 터키로 도피했다. 지금은 사우디에서 일하는 형들이 보내 주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IS에 가담했다가 천만다행으로 탈출에 성공한 소년들이 전하는 IS의 잔혹상은 치를 떨게 한다. 지난해 12월 온몸에 폭탄을 두르고 자수한 14세 시리아 소년은 “살고 싶어서 자살폭탄 테러에 자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IS로부터 탈출하는 유일한 길은 자살폭탄 테러라는 말이었다.
6일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 ‘어린이 인권 협약’에 따르면 IS의 아동 학대는 역대 최악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IS는 10세 전후 아동을 자살폭탄·인간방패로 이용하며, 다른 종교를 믿는 아동을 참수하거나 생매장하고 있다. IS는 납치한 아이들의 몸에 가격표를 붙여 시장에 노예로 내다팔기도 한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지난해 8월에는 호주 출신 IS 대원의 트위터에 참수한 시리아 군인의 목을 들고 있는 7세 소년의 사진이 올라와 충격을 줬다. 사진 아래에는 “역시 내 아들답다”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