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광장에 무료 이용시설 설치… ‘富의 불평등 해소’ 행동으로 보여줘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7일 현대사회 부의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가 심하다는 것을 또다시 강조했다. 교황은 이날 이탈리아 정부가 주최한 ‘밀라노 엑스포 아이디어’라는 회의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부의 불평등과 경제적 소외 속에서 경제가 죽어가고 있다”며 양극화 해결을 촉구했다.
“우리는 이 지구를 유지하는 사람들일 뿐이지 주인은 아니다”라고 강조한 교황은 “노인들이 길거리에서 얼어 죽고 있다. 이는 결국 강자들이 약자 위에 서는 경쟁의 결과”라면서 “전 세계 기아와 불평등을 극복하려면 시장에 부여하는 절대적 자율, 금융 투기 등을 포기하고 부의 불평등을 만드는 근원적인 구조를 없애겠다는 결심을 먼저 해야 한다”고 세계 지도층에 당부했다.
교황은 이 권고문에서 “극소수의 소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절대 다수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며 “시장과 금융 투기에 완벽한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데올로기가 결국 자기들만의 법과 규칙을 중시하는 독재 체제를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한편 교황청은 6일 교회가 불평등 해소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자는 교황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환으로 로마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 돌기둥 사이에 노숙인을 위한 샤워장과 무료 이발소를 설치했다. 이곳에는 수건과 갈아입을 속옷, 비누, 치약, 면도기 등의 위생용품이 준비됐다. 지난해 10월 바티칸 사회복지 책임자인 콘라트 크라예프스키 주교가 50대 노숙인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는데 “자기 몸에서 냄새가 난다”며 사양했다는 사연을 들은 교황이 노숙인을 위한 샤워장 설치를 지시했다고 이탈리아 안사통신이 전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