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잔고 2조9653억 사상최고
《 코스닥시장이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지수 600 선을 돌파하며 상승 랠리를 이어가자 ‘바이(Buy) 코스닥’에 뛰어드는 개미투자자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개미들이 빚을 내서 코스닥 주식을 사들인 규모가 3조 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연일 갈아 치우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코스닥시장에 ‘과열 경고등’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
○ 상승장 올라타자…개미 ‘빚내서 투자’ 최대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가들은 1월에 코스닥시장에서 399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중소형주 펀드를 내세운 기관들이 ‘박스권’에 갇힌 유가증권시장 대신 코스닥으로 눈을 돌리며 연초 상승세를 이끈 것이다. 이 기간에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959억 원, 876억 원을 팔아 치웠다.
하지만 1월 말 코스닥지수가 6년 7개월 만에 590 선 고지를 밟으며 600 돌파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자 개미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달 1일부터 9일까지 개인은 1854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각각 1237억 원, 257억 원을 팔아 치운 외국인, 기관투자가들과 대조적이다. 특히 개인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연속 순매수 행진에 나서 코스닥지수가 5일 600 문턱을 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들이 신용거래 융자에 적용하는 금리는 기간이나 고객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연 7∼12%로 높은 편이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대출이자를 갚고도 수익을 거두려면 주가가 올라야 하는데 그만큼 코스닥이 상승하고 있고 기대도 높기 때문에 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투자자가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 과열 우려, “코스닥 장기투자 기반 넓혀야”
당분간 코스닥의 상승 불씨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개미들의 ‘바이 코스닥’ 열풍을 타고 신용거래 융자잔액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저금리 기조 속에 정부가 시장금리를 반영해 금융회사의 신용대출 금리도 낮추라고 하고 있다”며 “앞으로 증권사 신용거래 금리가 떨어지면 코스닥 신용거래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코스닥 시가총액 규모가 코스피시장의 8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데 코스닥 신용잔액이 코스피를 추월한 것은 일종의 과열 신호”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과열 우려를 반영하듯 9일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38포인트(1.72%) 급락한 593.75로 마감했다. 최현재 유안타증권 투자분석팀장은 “대출을 받아 투자하면 시장이 조정 받을 때 자기 돈으로 투자한 사람보다 더 많은 손실이 나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돈을 빌려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단타’ 성향이 강하고 작은 악재에도 매도 물량을 쏟아낼 수 있어 코스닥시장이 꾸준히 상승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