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포츠동아DB
男 한국전력 3년 만에 포스트시즌 눈앞
구단주 경기장 방문 등 관심·지원 늘어
女 도로공사 역대 최다 9연승 선두 질주
자녀 놀이방 등 선수지원 시스템 좋아져
이번 시즌 V리그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두 ‘공사’ 팀의 반란으로 요약될 것 같다.
● 수원의 배구바람-진정한 프로화의 시작
지난 4일 한국전력이 우리카드를 꺾고 6연승을 달리던 날 수원실내체육관에는 조환익 구단주가 자리를 지켰다. 구단주는 나주 본사에서 올라왔다. 사장이 배구에 열정을 가졌다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 인사들도 덩달아 애정 어린 눈으로 배구에 관심을 갖게 된다. 사장의 관심이 커지면서 지원도 풍족해졌다. 구단은 그 내용을 밝히지 않지만 “다른 팀과 견줘 결코 섭섭하지는 않다”고 했다.
매일 2만 명의 직원이 본다는 한국전력 사내방송은 요즘 배구 경기가 있는 날 오전 경기안내 방송이 나간다. 4일에는 “오늘 우리 배구팀이 6연승에 도전한다.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나주는 물론 각 지역에 퍼져있는 직원들에게 자발적인 경기장 관람을 유도하는데 효과 있다. 강제로 동원하지 않아도 요즘 수원 경기장은 관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번 시즌에만 4차례 5000명에 가까운 관중이 경기장을 메웠다. 그 열기에 힘입어 지정좌석제도도 도입했다. 그동안은 오직 승패에만 관심을 가졌지만 이제는 관중도 신경 쓸 정도로 시야가 넓어졌다.
공교롭게도 배구감독 출신의 공정배 단장이 오고 나서는 지지 않았다. 의사결정 과정도 많이 단축됐다고 한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배구전담 단장이다. “프런트는 선수단을 돕는 조력자고 현장이 중심”이라고 믿는 공 단장의 생각과 전문적인 판단은 팀의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시즌을 앞두고 도로공사는 과감한 투자를 했다. 2명의 FA선수 이효희 정대영을 영입했다. 그동안 어느 팀도 그렇게 용감하지 않았다. 시즌 초반 투자의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성공된 투자였다는 것이 입증됐다.
도로공사는 이런 면에서 미래를 잘 봤고 좋은 선례도 남겼다. 몇 년 전만해도 다른 팀에서 도로공사 선수를 데려가려고 하면 그 기업에 압력을 넣을 생각부터 했던 도로공사였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갑의 마인드를 벗어나면서 진정한 프로팀이 됐다.
도로공사는 GS칼텍스와 함께 전임단장 체제도 도입했다. 전문성도 생각한다. 선수지원 시스템도 정교하게 만들었다.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그에 합당한 보상도 해준다. “다른 팀과 비교해도 앞선다”고 실무자는 말했다.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선수들에게 하나라도 더 해준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투자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배려도 있다. 서남원 감독은 베테랑을 위해 감성적 배려를 선택했다. 경험을 존중하고 가치를 인정해준다. 장소연 정대영 등 워킹맘에게는 숙소생활 대신 집에서 출퇴근도 시킨다.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을 많아지자 베테랑은 더 좋은 플레이로 보답했다. 취학 전인 정대영의 딸을 위해 직원용 놀이방 시설도 개방했다. 정대영은 훈련 때 아이를 회사 보육시설에 맡겨두고 마음 편히 운동한 뒤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모든 엄마가 꿈꾸는 삶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과감한 투자와 전문성, 배려가 도로공사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