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武’ 여야대표 첫 회동]
웃으며 악수했지만…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실을 방문해 취임 인사를 하며 미소짓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두 사람은 부산 경남중 선후배 사이(김 대표가 1년 선배)로 여야의 차기 대선 유력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또 부산이 지역구(김 대표는 영도, 문 대표는 사상)다. 2012년 대선에서 김 대표는 박근혜 후보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고, 문 대표는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였다.
문 대표는 8일 전당대회 연설에서 “제가 김무성 대표를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큰 격차로 압도하고 있다. 다음 총선에서 맞대결할 만하지 않으냐”며 김 대표를 자극하기도 했다. 문 대표가 당선 직후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하겠다”고 하자 김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듣기에는 좀 유감”이라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김 대표는 “무리한 요구만 안 하신다면…”이라며 웃음을 짓자 문 대표 역시 웃으면서 “이제는 각오를 좀 다져야 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서로 농담을 주고받는 식이었지만 ‘기싸움’처럼 느껴졌다.
탐색전을 마친 문 대표는 “3년 연속 계속된 세수 결손과 복지 재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복지는 또 지금 수준으로 충분한지, 서민 증세와 부자 감세 철회 문제라든지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기자들을 물리친 채 비공개로 대화를 했지만 복지와 증세에 대한 시각차는 뚜렷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지금 복지가 너무 많아서 재원이 어렵다”며 “복지 구조조정을 하고 낭비성 부분부터 줄여 나간 뒤에도 안 되면 증세를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이에 맞서 문 대표는 “현행 복지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앞으로) 복지를 어디까지 해야 하고 어떤 속도로 해나가야 되는지 논의하자”고 맞섰다고 한다.
회동을 마무리하면서 김 대표는 “자주 만나서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2+2 회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문 대표는 “나도 마음가짐이 같다”면서도 “하지만 당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선 단호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성호 sungho@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