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武’ 여야대표 첫 회동] 여야 대표, 증세 - 복지 논란부터 대립각 “평가委 만들어 중복집행 재검토”… 4대 공공부문 개혁엔 “다소 급해”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증세 논쟁을 벌이는 정치권을 향해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데 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박 대통령 생각이) 내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표현을 떠나서 전체적인 맥락은 그동안 내가 주장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발언 전에 박 대통령의 수석비서관 회의 발언록 전체를 숙독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외신기자회견에서도 “박 대통령의 복지 공약은 새누리당이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4대 공공부문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 다소 급한 생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이것은 박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문제다. 박 대통령의 옳은 정책은 여야를 떠나 국회가 잘 뒷받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대표는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며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증세 없는 복지는 박 대통령의 대선 당시 복지 공약이다. 김 대표는 평소 “복지 구조조정이 우선이다”라고 강조했지만 당시 연설은 증세 논의를 막은 박근혜 정부의 복지 기조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당 안팎에선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생각이 다르지 않다”고 거듭 강조한 것은 박 대통령의 작심 발언을 재반박할 경우 수면 아래로 잠복한 당청 갈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당 경제혁신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한구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복지와 증세 문제는 이분법적으로 얘기할 게 아니다”라며 “‘경제 살리기’만 하면 증세 안 하고 복지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