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지 보케리니
주변에 감기 걸린 분이 많군요. 독자들께서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어릴 때는 TV에서 잔잔한 실내악이 흐르고 어린이 모델이 등장하는 감기약 CF를 볼 수 있었습니다. ‘루이지 보케리니의 미뉴에트’죠. ‘이렇게 온화한 음악을 쓰다니, 그윽한 미소를 늘 머금은 작곡가가 아니었을까’ 싶었지만 보케리니에게는 의외로 까칠한 면이 있었습니다.
‘보케리니’는 전형적인 이탈리아 성(姓)입니다. 그런데 ‘미뉴에트’ 다음으로 사랑받는 그의 작품이 기타 5중주 4번 ‘판당고’죠. 판당고는 스페인의 강렬한 색채가 물씬 묻어나는 춤곡으로 기타가 맹활약해 더욱 남국의 분위기가 풍깁니다. 캐스터네츠가 연주에 참가하기도 합니다. 18세기 이탈리아인이 왜 스페인 무곡을 썼을까요?
이후 그는 프로이센으로 가서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를 섬겼습니다. 스페인 궁정에서보다는 상황이 나았겠죠. 왕 자신이 플루트와 첼로를 잘 연주했고 음악의 후원자로 자처했거든요. 바흐에게 ‘음악의 헌정’을 쓰도록 한 프리드리히 2세의 아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왕이 죽은 뒤 보케리니는 돌아갑니다. 고국 이탈리아가 아닌 제2의 고향 마드리드로. 후원자들도 다 사라지고 없었지만 그는 젊은 시절의 추억이 깃든 스페인에서 생을 마쳤습니다.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금난새와 함께하는 클래식 갈라 콘서트’에서는 기타리스트 미리암 브룰로바와 칼라치 스트링콰르텟이 보케리니의 기타 5중주 4번 ‘판당고’를 연주합니다. 마침 19일은 보케리니의 272번째 생일이네요. 이 ‘까칠했지만 제2의 고향을 사랑했던’ 남자의 자취를 돌아볼 계기가 될 듯합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