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진 산업부 기자
그러던 중 2007년 5월경에 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러시아 사할린의 오크루즈노에와 포그라니츠노에 유전 2곳에서 약 2억4300만 t(약 17억 배럴)의 추정 매장량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당시 배럴당 64달러를 기준으로 약 100조 원에 이른다. 무엇보다 이 사업은 오일게이트라는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되면서 한국 기업이 투자를 포기한 곳이다.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정치적 사건으로만 몰고 가지 않았다면…’이라는 생각에 머리가 멍해졌다. 당시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이 100조 원을 날렸다고 비판했다.
최근 자원외교 국정조사가 시작되면서 지난 정부의 자원개발 주역은 ‘게이트의 주역’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차관 시절 누구보다 자원외교의 중요성과 실적을 강조했던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우리는 자원개발 능력이 없었다”며 말을 바꿨다.
일부 야당 의원은 지난 정부의 자원개발 투자로 4조 원대의 손실이 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턱밑을 넘나들던 때의 사업적 판단을 배럴당 50달러 수준인 현재 시각에서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유가와 원자재가격의 하락을 당시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정부의 자원개발 사업에 실세가 등장하면서 정치적 홍보 수단이 됐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남미처럼 정치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유력 인사가 아닌 시스템으로 접근하라”는 조언은 탁상공론이다.
한국의 에너지 공기업들은 정치권의 공세에 잇따라 해외 자원개발 현장을 헐값에 던지고 있다. 자원외교의 실패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몇 년 뒤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필자와 같이 머리가 멍해지는 경험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