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담합 관련 소송에서 10일 최종 승소했다. 두 회사는 주유소를 서로 ‘나눠먹기’ 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면서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에다 이자까지 돌려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김신 대법관)는 두 정유사가 공정위를 대상으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 청구 소송에서 업체들의 승소를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유사들이 과도한 주유소 유치 경쟁으로 인한 손실을 경험해 이를 자제하는 태도 또는 관행이 형성됐을 수 있다”며 “단순히 주유소 유치 경쟁 자제 행태를 보였다는 정황만으로 담합을 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은 2011년 5월 공정위가 부과했던 과징금 각각 753억 원, 438억 원을 돌려받게 된다. 또 공정위가 법원 판결로 과징금을 환급해야 하는 경우 업체가 과징금을 납부한 날부터 환급한 날까지의 기간에 해당하는 가산금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현대오일뱅크는 약 75억 원, 에쓰오일은 약 60억 원의 가산이자를 더 받게 된다.
공정위는 담합 조사에 착수했고 2011년 5월 SK이노베이션에 1356억 원, GS칼텍스에 1772억 원 등 정유 4사에 4319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중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담합 건(약 6700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GS칼텍스는 담합을 자진 신고해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경제도)를 적용받아 과징금을 면제받았지만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은 서울행정법원에 공정위를 대상으로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의 최종심은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에 계류 중이지만 12일 선고에서 같은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이 최종승소하면 150억 원 상당의 이자를 더해 총 1500억 원가량을 돌려받을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도 승소하면 공정위는 과징금 환급과 이자를 합해 약 4600억 원에 3년여에 걸친 소송비용도 물어야 한다.
이번 판결에 대해 현대오일뱅크 측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조치로 기업 이미지 훼손 등 유무형의 피해를 입었지만 늦게나마 사법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줬다”고 밝혔다. 에쓰오일 측은 “담합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사실로 판명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정유사는 회사별 매출이 크고 기름값이 실생활과 밀접하다는 이유로 늘 공정위 담합조사의 단골손님이 돼왔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크게 반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유통조직을 나눠가져 경쟁을 제한한 것은 명백한 담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담합은 국민 뿐 아니라 국고에도 피해를 주는 만큼 강하게 제재해야 하는데 이번 판결은 이런 취지를 간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