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하는 사람들
필사하는 사람들
필사하는 사람들
필사하는 사람들
필사하는 사람들
필사하는 사람들
필사 과련 서적들
필사 과련 서적들
필사 과련 서적들
문학작품을 필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필사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는 게 필사족들의 설명이다. 가운데 사진은 소설 ‘태백산맥’을 필사한 원고지.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해냄출판사 제공
○ 문학작품 ‘필사’에 중독된 사람들
출판계에 따르면 문학작품을 필사하는 이른바 필사족이 최근 늘고 있다. 과거 작가 지망생이나 종교인들이 소설이나 성경, 불경을 필사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전남 보성에 사는 교사 오소영 씨(51·여) 역시 매일 밤 10시부터 새벽까지 소설 ‘태백산맥’을 필사한다. 올 초부터 ‘태백산맥’을 베낀 양은 200자 원고지 1000장이 넘을 정도.
필사족은 종이와 필기도구의 궁합을 중시한다. 한지에는 붓 펜, 사인펜과 볼펜은 부드러운 종이, 만년필로는 번들거리지 않고 덜 매끄러운 종이와 어울린다. 볼펜(잉크)보다는 오랜 기간 변질되지 않는 연필(흑연)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 필사로 사유와 힐링을
소설가 김훈의 작품을 필사한 박영선 씨(26·여)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자판을 치는 속도는 말하는 속도와 비슷해 글을 써도 생각할 시간이 없다”며 “반면 손으로 한자씩 눌러 쓰려면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고 그 틈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고 말했다. ‘기적의 손편지’의 저자 윤성희 씨도 “손으로 쓰면 지우기 어렵기 때문에 한 번 더 고민하고 글씨를 쓰고 이 과정에서 생각하는 힘이 세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사로 ‘힐링’이 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직을 준비 중인 이미향 씨(51·여)는 “필사 과정에서 그간의 삶을 차분히 정리하고 새 출발에 물두하게 됐다”고 말했다. 태백산맥문학관 위승환 명예관장은 “필사하다보면 문장의 이해를 넘어 행간에 담긴 이야기, 작가의 본질적인 가치관까지 절절히 느끼게 되고 자신의 삶도 반추하게 된다”고 밝혔다.
눈으로 읽을 때보다 손으로 글씨를 쓰면서 읽으면 뇌가 더 활발해진다는 연구결과 덕분에 교육용으로 필사를 시키려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박경리, 김훈 소설을 비롯해 ‘메밀꽃 필 무렵’(이효석), ‘날개’(이상) 등 근대문학이 필사하기 좋다는 평이다.
전문가들은 필사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어깨가 결리고 눈, 손목이 아파지는 등 참맛을 아는 데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7년 간 필사를 해온 서울 중화고 방승호 교장(54)은 “너무 잘 쓰려고 하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라며 “정말 쓰기 싫으면 그 감정을 실어 휘갈겨 써도 좋다. 그렇게라도 필사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