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충현·경제부
10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의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6일 오후 금감원 관계자에게서 이런 전화가 걸려 왔다. 이 관계자는 진 원장에게 할 질문을 미리 알려 달라며 대뜸 이렇게 말했다.
‘군사독재 시절도 아닌데 기자회견 질문을 사전 검열하나’ 하는 생각에 어이가 없었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여러 정부 부처를 출입했지만 한 번도 겪은 적이 없는 일이다. 이유를 물어보니 이 관계자는 “인사나 조직 개편 문제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항이어서 원장이 답변할 게 없을 것이다. 어차피 답변 안 하실 거니까 질문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막상 열린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진 원장의 모두 발언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10여 분간의 발언에서 ‘새로운 금감원을 만들겠다’, ‘종합검사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등 선언적인 얘기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바꾸겠다는 건지 알기 어려웠다.
예상대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진 원장은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금감원의 요청에도 일부 기자들이 인사와 조직 개편, 예산 등에 대해 질문했지만 진 원장은 “전문성 위주의 인사 시스템을 갖추겠다”, “필요한 조직 기능은 보강하겠다” 식의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금감원 측은 질문 시간을 30분으로 제한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중간에서 자르기도 했다.
‘불통’ 논란을 의식한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부터 기자들의 질문을 사전에 받아 보지 않는 ‘즉석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감원과 진 원장이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송충현·경제부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