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갤러리로얄 ‘잃어버린 시간을…’전 카페로얄의 버터소스 광어구이
박상혁의 오일파스텔화 ‘Star-I Wish’(위 사진)와 갤러리로얄 레스토랑의 버터소스 광어구이.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서울 강남구 논현로 갤러리로얄 1층 레스토랑 주방에는 가스불이 없다. 일부러 쓰지 않으려 한 건 아니다. 건축가 민현식 씨가 설계해 2007년 완공한 이 건물은 욕실용품 업체 로얄&컴퍼니의 사옥이다. 건물을 계획할 때는 고려하지 않은 갤러리, 레스토랑, 카페 시설을 준공 1년 뒤 추가하면서 내부 공간을 개조했다. 그러나 애초에 사무용 공간으로 마련된 까닭에 업장용 가스 설비를 덧붙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개점 멤버인 이덕권 셰프(36)는 조리시설의 제약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빚어낼 수 있는 차별성에 집중했다.
토마토와 감자를 곁들인 광어구이는 요리 외양을 좀 더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인덕션레인지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메뉴다. 진공 밀폐 포장한 재료를 섭씨 60도 정도의 물에 담가 20∼25분간 서서히 데워 익히는 수비드(sous-vide) 가공을 한 뒤 저민 마늘 섞은 정제버터 소스를 여러 번 덧바르며 팬에 구워 낸다.
대개의 레스토랑에서 생선구이 재료는 농어다. 이 셰프가 매출이익이 농어보다 낮은 광어를 택한 까닭 역시 인덕션레인지. 농어 특유의 흙냄새를 ‘불 맛’으로 잡을 수 없기 때문에 뒷맛 깔끔한 광어를 택한 거다. 샐러드에는 잡풀을 숙성시켜 짜낸 산야초(山野草) 원액 드레싱을 얹는다. 매실 원액과 비슷한 느낌의 시큼한 맛을 내면서 당도는 낮아 깔끔한 마무리를 돕는다.
레스토랑 위층 갤러리에서는 24일까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기획전이 열린다. 캐릭터 피겨나 애니메이션 이미지를 통해 만화책 뒤적이던 오래전 기억을 살짝 건드리는 작가 5명의 작품을 모았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문득 맛본 홍차와 마들렌처럼 잊었던 기억을 송두리째 소환할 정도로 파괴력 있는 전시는 아니다. 아스파라거스 위에 기교 없이 벌거벗기듯 올린 광어구이처럼 특별한 감흥 없이 담백하다. 3개 층을 관통하는 보이드(void·수직으로 뚫린 공간) 벽면에 박상혁 씨가 그린 검은 하늘과 별이 걸려 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