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영 소비자경제부 기자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건 ‘커밍아웃’ 수준의 용기가 필요하다. 영화배우 에마 왓슨도 지난해 유엔본부에서 연설하며 “페미니즘에 대해 발언할수록 그것이 남자를 증오하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된다는 걸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여자에게 전투적이고 기가 세다는 시선이 뒤따르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한 시각이 오해를 넘어서 혐오로 치닫는 듯하다. 지난해 과격 무장 조직 ‘이슬람국가(IS)’ 가입을 위해 터키로 간 것으로 알려진 김모 군은 트위터에 ‘나는 페미니스트가 싫다. 그래서 IS가 좋다’는 글을 남겼다. 최근에는 한 팝 칼럼니스트가 여성 잡지에 ‘IS보다 페미니즘이 위험하다’는 궤변을 펼쳤다. “여성이 남성을 공격해 현재의 위치에서 끌어내리면 그 자리를 여성이 차지할 거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이다.
당연하지만 페미니즘은 남성 혐오가 아니다. 페미니즘은 ‘차이(difference)를 차별(discrimination)로 연결하지 말자’는 정신을 기반으로 한다. 여성 문화 잡지인 ‘IF’는 1997년 창간사에서 “페미니즘은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이 인간의 잠재성을 실현할 기회를 더욱 많이 가질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 무언가 하고 싶을 때 ‘여자라서…’라며 주저하는 사람은 ‘장애인이어서…’, ‘외국인이어서…’, ‘가난해서…’, ‘가방끈이 짧아서…’라는 사람과 충분히 손잡을 수 있다. 그게 당신일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페미니즘의 시선은 사람을 향한다.
김유영 소비자경제부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