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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한기흥]이완구 총리 후보와 취재 보도 윤리

입력 | 2015-02-11 03:00:00


한국일보가 어제 자 1면에 ‘이완구 총리후보 녹취록 공개파문 관련 본보 입장’을 실었다. 이 후보자가 지난달 27일 기자 4명과 점심을 들면서 언론사 간부들에게 전화해 자신에 관한 보도를 빼게 하거나, 기자의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담은 녹취록이 야당을 거쳐 6일 KBS에 보도된 경위에 관한 해명이었다. 한국일보는 자사 기자가 당시 식사 자리에서 몰래 녹음한 이 후보자 발언을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 기자는 녹음 파일을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제공했고, 김 의원실은 이를 다시 KBS에 전달했다. 이 후보자의 언론 통제 논란이 불거진 과정이다.

▷한국일보는 “본보는 이 후보자의 왜곡된 언론관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기사화 여부를 심각하게 검토했지만, 당시 그가 차남 병역면제 의혹에 대해 매우 흥분된 상태였고 비공식석상에서 나온 즉흥적 발언이었다고 판단해 보도를 보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위가 무엇이든, 취재 내용이 담긴 파일을 통째로 상대방 정당에 제공한 점은 취재윤리에 크게 어긋나는 행동”이었고 “당사자 동의 없이 발언 내용을 녹음한 것 또한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가 나름의 보도기준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면 보도하지 않았다고 해서 비난할 일만은 아니다. ‘이 후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보도하지 않았거나, 그를 의도적으로 흠집 내기 위해 관련 내용을 야당에 전달한 것이 아니다’는 해명이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자체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정치권을 타고 다른 언론기관으로 흘러들어간 과정에서 사내 소통과 취재윤리 및 보도 판단의 문제는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았다.

▷이번 파문은 과거 독재정권 때처럼 언론을 권력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 이 후보자의 그릇된 언론관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언론도 국민에게 실망을 준 것이 맞다. 취재기자와 편집간부의 판단이 다르더라도 안에서 토론하고 이의를 제기했어야지 정보를 거래하는 이들처럼 행동하진 말았어야 했다. 사회의 공기(公器) 역할을 하려면 언론도 유의해야 할 일이 많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