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중랑구의 한 편의점에 검은 마스크를 쓴 유모 씨(24)가 나타나 아르바이트생 A 씨에게 소주 한 상자를 사겠다고 했다. A 씨가 소주를 꺼내러 창고로 들어간 사이 유 씨는 주변을 살피고는 카운터에 놓인 2000원짜리 즉석복권 46장을 급히 재킷 안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이어 아르바이트생이 창고에 있는 틈을 타 유유히 편의점을 빠져나갔다. 소주 한 상자를 사겠다고 한 건 복권을 훔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유 씨의 범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특별한 거주지 없이 PC방, 찜질방 등을 전전하며 생활하던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서울, 인천, 경기도 등의 편의점을 돌며 총 35차례 500만 원 어치의 즉석복권을 훔쳤다. 편의점 종업원에게 창고에 있을 법한 물건들을 꺼내달라고 요청한 뒤 그 틈을 타 복권을 훔치는 수법을 되풀이했다. 당첨되면 현금화하기 좋다는 생각에 즉석복권을 훔쳤지만 기대만큼의 쏠쏠한 재미를 거두진 못했다. 500만 원 어치 복권을 긁었지만 가장 큰 당첨금액은 10만 원 수준이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유 씨를 추적한 끝에 8일 서울 용산구의 한 PC방에 있던 그를 검거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상습절도 혐의로 유 씨를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