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어제 끝났다. 청문회에 앞서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청문회의 해명 절차를 거치면서 의혹이 과장된 것으로 드러나 어느 정도 수그러드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청문회 과정에서 언론 외압과 병역,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서 사실과 다른 말을 한 것이 드러나 정직성과 신뢰성에 의문이 커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대희 문창극 두 총리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하면서 대안(代案)을 못 구해 정홍원 총리가 유임됐는데 또 정 총리를 불러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웃지 못할 소리가 나도는 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회견 뒤에 인적 쇄신 요구가 빗발치고 지지율이 30% 미만으로 떨어지자 총리 교체로 돌파구를 열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의원직을 갖고 있어 청문회 통과가 쉬울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금은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 결과조차 예측하기 어렵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미 두 번의 낙마도 있고 해서 이번에는 웬만하면 넘어가려 했으나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일단 “여당 단독으로라도 총리 임명 동의안 표결 처리를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그러나 총리 임명 동의안이 여당 단독으로 처리된 적이 없는 데다, 단독 처리로 총리가 된들 총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어 고민하는 모양이다. 오죽하면 여권 내부에서도 “이완구 총리가 돼도 문제, 안 돼도 문제”라는 기류가 있겠는가.
청문회 과정을 지켜본 국민은 그 좋은 머리로 젊어서 고시에 합격해 40여 년 공직자로 살아온 사람이 공적(公的) 마인드는 커녕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을 태연히 하는 것에 무엇보다 실망했다. 이런 사람을 총리 후보로 지목한 박 대통령의 안목도 문제다. 집권 3년 차인 올해는 공무원연금 개혁 등 산적한 과제가 놓여 있다. 개혁은 개혁의 주체가 흠이 없어도 반대세력의 저지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이 후보자가 총리가 된들 공직자들 앞에서 공직기강을 외칠 수 있을지,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는커녕 인사쇄신 건의를 할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박근혜 정부의 4대 개혁이 국민 신뢰에 금이 간 총리와 더불어 얼마나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