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佛-러-우크라 4개국 정상 만나… 비무장지대-자치권 허용방안 논의 美-러 강경대치에 타결 쉽지 않아… 협상 앞두고 정부군-반군 충돌 격화
○ 휴전의 분수령 4자 정상회담
4자 정상회담은 우크라이나 내전이 확전으로 이어질지, 전쟁을 멈출 것인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다. 정상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비무장지대를 설정하고 이 지역에 광범위한 자치권을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비무장지대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이 공방을 벌이는 지금의 전선을 따라 폭 50∼70km로 설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앞서 4개국과 반군 진영의 도네츠크, 루간스크 공화국 대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이 참석한 실무대표 회의가 10일 열렸다. 이 회의에서 휴전, 중화기 철수 방안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정치적 지위 문제, 반군 점령 지역 내 주민투표, 인질 교환 등 지난해 9월 휴전협정 때 합의했던 내용들도 논의됐다.
BBC에 따르면 반군은 러시아제 다연장로켓을 이용해 도네츠크 주 북부 도시 크라마토르시크에 있는 정부군 본부와 인근 주거지역을 포격했다. 이 폭격으로 정부군 19명, 시민 5명 등 최소 24명이 사망했다.
정상회담에서 휴전이나 종전(終戰) 결정이 나올 전망은 밝지 않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견해차가 크기 때문에 양측은 일단 동부지역에서 확전을 막은 후 시간을 두고 장기적으로 해결책을 찾는 식으로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엔에 따르면 러시아가 지난해 3월 크림 반도를 강제 병합한 후 4월부터 시작된 내전으로 현재까지 사망자 5486명, 부상자 1만2972명, 피란민 120만 명이 발생했다. 반군은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정부와 휴전협정을 맺었지만 이를 무시하고 도네츠크, 루간스크 지역을 장악한 후 세력을 넓혀 왔다.
독일 시사 주간지 포쿠스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냉전시대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이 잡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의 군사 갈등이 심해진 것이 위기의 첫 번째 이유라고 꼽았다. 나토가 우크라이나 주변 동유럽 국가들에 5000명 규모의 군대를 배치한 데 이어 3만 명의 병력을 추가로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우자 러시아 역시 군사력을 강화하며 갈등이 고조됐다.
이와 맞물려 친서방 성향의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성향의 동부 분리주의 반군도 무기 경쟁을 벌였다. 여기에다 미국이 살상무기를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지원하면 군비 경쟁뿐만 아니라 군사적 대결 위험이 한층 높아지게 된다.
또 이 잡지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바라보는 미국과 유럽의 시각차가 위기 사태를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9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평화협상안을 설명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반군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다는 약속을 깨버렸다”며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군사적 해결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며 종전의 방침을 고수했다. 이 잡지는 “메르켈 총리가 각국 정상들과 만나며 외교적 해결 방안을 찾아 왔지만 실패를 거듭하는 것도 우크라이나 내전이 그치지 않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반군에 무기 지원을 하지 않았다”며 잘못이 없다는 식의 태도를 일삼는 것도 종전에 이르지 못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