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3년기한 무력사용권 요청 “지상군 투입없다”던 기존입장 변화… 美 네번째 인질 사망에 파병 여론 IS해커, 뉴스위크 해킹 미셸 협박… “14일 피의 밸런타인데이 될것”
미국 주도의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이 결국 ‘제2의 이라크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2011년 12월 이라크에서 완전히 철군한 미군이 IS가 부분 장악하고 있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다시 전면적인 장기전에 돌입하기로 하면서 국제유가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동 정세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 2018년 초까지 IS 격퇴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르면 11일 IS를 상대로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는 무력사용권(AUMF)의 승인을 의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9월 IS 격퇴전을 시작하면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전을 위해 2002년 의회에서 승인 받은 대테러 무력사용권을 법적 근거로 활용했으나 이번에 아예 IS만을 겨냥한 새로운 무력사용권을 요청한 것. 이에 따라 미국 상·하원은 13년 만에 처음으로 전쟁과 관련된 법안을 심의·표결하게 됐다. 이번 무력사용권은 기한을 3년으로 설정해 미국은 2018년 초까지 최소 3년간 IS 격퇴전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IS 격퇴 전략을 수정한 것은 IS가 억류하고 있던 미국인 인질 케일라 진 뮬러 씨(26)의 사망이 이날 확인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미군이 IS 격퇴전을 시작한 뒤 제임스 폴리 등 3명의 미국인이 IS에 처형됐지만 미국 여성이 IS에 억류됐다 사망한 것은 처음이다. 잇따른 미국인 인질 사망에 IS 격퇴전의 효율성을 놓고 여론이 악화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지상군 투입 가능성도 열어두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이날 “중동 지역에 1명 이상의 미국인 인질이 더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질의 이름이나 억류 위치 같은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 지상군 투입으로 IS 정밀 타격
미국은 그동안 공습만으로는 IS 격퇴에 한계가 드러난 만큼 지상군이 투입되면 IS 근거지에 대대적인 ‘정밀 폭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IS 수뇌부가 이라크, 시리아 산악지대에 숨어 지내며 민간인, 인질 등을 ‘인간 방패’로 삼아온 만큼 지상군의 유도가 필요한 합동정밀직격탄(JDAM), 레이저유도폭탄(GBU-24) 등으로 IS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IS를 지지하는 세력은 밸런타인데이인 14일을 ‘피의 밸런타인데이’로 지칭하며 오바마 대통령 부인인 미셸 여사에 대한 협박에 나섰다.
이날 자신들을 ‘사이버 칼리페이트’(칼리프가 통치하는 이슬람국가) 소속 해커라고 주장한 이들은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트위터 계정을 30분간 해킹했다. 이들은 지난달 미 중부사령부 트위터를 해킹했던 조직이다. 이들은 뉴스위크 해킹 메시지에서 “유혈이 낭자한 밸런타인데이 #미셸 오바마! 우리가 당신은 물론이고 당신의 딸과 남편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 가족에 대한 협박과 관련해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