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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족캠핑 갔던 게 생각나요… 무너지지 않을게요”

입력 | 2015-02-12 03:00:00

숨진 인질 뮬러씨 마지막 편지 공개




“이곳에 오겠다고 한 저를 용서하지 마세요. 저는 용서받을 자격이 없으니까요….”

‘이슬람국가(IS)’에 1년 반가량 억류됐다가 10일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미국 여성 케일라 진 뮬러 씨(26)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가족에게 쓴 편지가 심금을 울리고 있다.

가족이 뮬러 씨의 동료 억류자를 통해 전달받아 보관하고 있다가 이날 공개한 편지에는 최악의 테러집단에 붙잡힌 20대 젊은 여성이 절박한 공포 속에서도 가족을 안심시키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게 나타나 있다. 구호 활동을 해 온 뮬러 씨는 2013년 8월 내전으로 신음하는 시리아 민간인을 도우려 입국을 시도하다 IS에 억류됐다.

지난해 11월 이후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편지에서 뮬러 씨는 처음엔 “지금 저는 다치지 않았어요. 체중도 늘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회한과 공포를 드러냈다. 그는 “억류된 지 1년 지났는데 벌써 10년이 된 것 같아요. 처음 가족 캠핑을 간 게 생각나네요”라고 말을 이었다.

뮬러 씨는 죽음의 공포 앞에서 결국 신에게 의지했다. “결국 인생 끝에는 하나님밖에 없다는 (부모님의) 말씀이 기억나요”라며 “저는 무너지지 않을 거예요.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말이죠. 잘 참아내세요. 걱정하지 말고 저처럼 기도하세요”라고 편지를 맺었다. 뮬러 씨 부모는 성명을 내고 “케일라와 그가 한 일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뮬러 씨가 IS 간부와 강제로 결혼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 ABC방송은 10일 위성 정보를 분석한 결과 IS 요원들이 통화에서 뮬러 씨를 언급하거나 그녀가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그녀가 강제 결혼을 해서 IS 간부의 무리에 섞여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미국 관리들은 지적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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