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총리 후보자 청문회] 각종 의혹 명쾌한 해명없이 끝나
다급한듯 “자료 달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국회에서 이틀째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을 받다가 다급한 듯 국무총리실 직원들에게 자료를 달라며 손짓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장·차남 모두 예금 잔액은 1000만 원대
이 후보자는 당초 공개를 거부했던 차남(34)의 재산 내용을 11일 청문회에서 공개했다. 이 후보자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1-37번지, 1-71번지) 땅 20억 원 외에 예금 1300만 원, 부채 5500만 원”이라고 밝혔다. 차남은 미국계 법률회사에서 3년여간 근무하며 월 200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았고, 현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고액 소득자인데도 땅 외엔 현금 재산이 미미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땅 부자’ 동료 의원 소개로 땅 매입
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가 2000년 당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한 ‘땅 부자’ 의원의 소개로 지금은 차남 소유가 된 대장동 땅을 매입하는 데 관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후보자는 땅 광고 팸플릿을 들어 보이며 “남서울(컨트리클럽)에서 운동(골프)을 하고, 고인이 되셨습니다만 이정일 당시 재경위원이 팸플릿을 줬다. 주시면서 ‘이런 게 있는데’(라며) 같은 재경위원이니 ‘이 의원, 한번 운동하고 거기나 가보세’ 해서 (땅에) 가본 계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권유로 장인은 대장동 1-37번지 648m²를, 지인 강희철 씨(67)는 1-71번지 589m²를 샀다. 등기부등본상 이들이 땅을 산 2000년 6월 29일에 이 전 의원도 자녀 명의로 대장동 땅 두 곳을 매입했다. 이 후보자 가족과 같은 날 이 일대의 땅을 산 사람은 10여 명에 이른다.
장인과 강 씨가 산 땅은 배우자를 거쳐 2011년 차남에게 증여됐다. 당초 이 후보자는 장인이 전원주택 부지를 알아봐 달라고 해서 매입에 관여했고, 부동산 컨설팅 업체가 일괄 매매계약을 해 유력인사들과 매입 일자가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장인이 산 땅이 집을 짓기 부적합한 ‘맹지(盲地)’인 것도 그렇고 ‘땅 부자’ 의원의 권유로 샀다는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 더욱 커지는 병역 회피 의혹
이 후보자는 평발 변형을 불러오는 ‘부주상골’을 사유로 징병 신체검사에서 보충역 소집 판정을 받았고, 1976년 5월 입영해 이듬해 4월 복무만료(소집해제)했다. 당초 이 후보자는 “중학교 때 마라톤을 하다가 너무 심한 통증을 느껴 (아픈 부위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공개된 병적기록표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1971년 서울 강동구 수도육군병원에서 ‘갑종(1급)’ 현역 판정을 받은 뒤 입영을 미뤘다가 행정고시 합격 후인 1975년 진정을 넣어 충남 홍성군 홍주국민학교에서 재검을 받았고, ‘3을종(4급·방위)’ 판정을 받았다. 이 후보자가 홍성군청에서 사무관으로 재직하던 때다.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사무관이) 그 조그만 시골에서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권력이냐”고 추궁했다. 이 후보자는 “40년 전 일이라 일일이 기억을 못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 다리에 문제가 있어서 60이 되는 나이에도 같은 부위로 고생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 상태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과정이 정직한가, 적법한 절차를 통해 보충역 판정을 받았는가를 지적하는 것”이라고 따지자 이 후보자는 “정확히 기억을 못하지만 나이 60 돼서 같은 부위에 X레이를 찍을 리가 있겠느냐”고 해명했다.
이샘물 evey@donga.com·황성호·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