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 사례수집 → 공정위 조사 → 미래부 재승인때 반영 정부합동 TF 본격 가동
A업체는 B홈쇼핑과 주문 상품에 대한 사은품 비용을 반씩 부담하기로 구두계약을 했다. 하지만 실제 방송을 며칠 앞두고 B홈쇼핑의 태도가 돌변했다. 방송 시작 2시간 이후 주문에 대해서만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겠다며 그 전 주문에 대해선 A업체가 전액 부담하라고 막무가내로 나온 것이다. 게다가 고객이 자동응답전화(ARS)나 휴대전화를 이용해 상품을 구매할 경우 가격할인 비용까지 A업체에 전가했다. A업체는 홈쇼핑의 ‘갑(甲)질’ 행위에 화가 나 따지고 들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홈쇼핑 직원이 “앞으로 우리랑 거래 안 할 겁니까”라고 하자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홈쇼핑 사업자의 불공정행위가 워낙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최근 5년간 공정위에 신고 된 홈쇼핑 관련 피해는 5건에 불과했다. 이에 정부가 TV홈쇼핑사들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3단계 시스템’을 구축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주요 조사 대상은 △방송을 전제로 부당한 이익 제공 요구 △방송시간 강제 변경 및 일방적 취소 △부당한 추가 비용 강요(게스트 출연료, 사은품비, ARS 할인비용 등) △구두계약과 같은 불분명한 계약 등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 등 3개 부처는 11일 ‘홈쇼핑 정상화 추진 정부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가 구축한 3단계 시스템에 따르면 홈쇼핑의 불공정행위는 ‘중기청의 사례 수집→공정위의 조사→미래부의 불이익 조치’ 과정을 거쳐 처리된다. 부처 간의 원활한 업무협조를 위해 TF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으며 TF 팀장은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이 맡았다.
정부 당국자는 “앞으로 중기청이 전국망을 통해 상시적으로 피해 사례를 수집하게 됨에 따라 공정위의 불공정행위 조사가 용이해졌다”며 “특히 불공정행위가 홈쇼핑의 재승인과 연계됨에 따라 비정상적인 거래 행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TF는 홈쇼핑 분야의 비정상적인 거래 관행 조사를 토대로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홈쇼핑사들의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제도로 변질된 ‘정액제 방송’이 최우선 시정 과제로 떠올랐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