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레이너 출신 한경진 원장
오승환(왼쪽)과 나란히 포즈를 취한 한경진 선수촌병원 재활원장. 선수촌병원 제공
당시만 해도 수술은 선수 생명이 끝나는 걸 의미했다. 학교는 오승환을 야구부에서 내보내려 했다. 이전까지 아마추어 선수 중 팔꿈치에 칼을 대고 재기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그의 재활을 돕고 있던 한경진 트레이너(현 선수촌병원 재활원장)는 당장 학교로 달려가 감독, 코치를 설득했다. “오승환이 공을 못 던지게 되면 내가 책임지겠다”는 책임지지 못할 말도 했다.
결과는 잘 알려진 대로다. 3학년부터 서서히 에이스의 위용을 되찾은 그는 삼성에 입단해 최고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뒤 지난해부터 일본 프로야구 한신의 수호신으로 뛰고 있다.
오승환과 류현진이 한 원장의 재활 클리닉을 찾았던 이유는 단순하다. 당시 한국에는 아마추어 선수들을 위한 전문 재활 시설이 그곳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수술을 할 순 있었지만 선수들의 재활을 함께해줄 시간이 없었다.
청주대 체육교육과를 나온 한 원장은 프로야구 LG의 트레이너 출신이다. “테이핑을 잘한다”는 이유 하나로 1992년 LG 트레이너로 뽑혔다. 친구들에게 트레이너라는 글자가 박힌 명함을 주면 “너, 트레일러 운전하냐”는 대답이 돌아오던 시절이었다. 선수들 마사지나 해 주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딛고 10년을 열심히 일했다.
그 즈음 아마추어 선수들의 현실이 아프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불의의 부상 때문에 제대로 된 재활 기회도 없이 선수 생명을 마감하는 선수가 적지 않았다. 그는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와 2001년 말 서울 송파구에 선수 전문 재활 클리닉을 세웠다. 오승환은 그의 첫 번째 고객이었다.
재활 클리닉만으로도 적지 않은 성공을 거뒀지만 한 원장은 2012년 몇몇 의사와 함께 수술부터 재활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설립했다. 아마추어들을 위해 뿌린 씨앗은 요즘 달콤한 과실이 돼 돌아오고 있다. 선수촌병원은 각 종목의 프로, 아마 선수들은 물론이고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일반인들로 항상 문전성시다.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아마추어 야구 선수들을 위해 ‘부상 예방과 체력 관리를 위한 야구선수 가이드북’이라는 책을 냈다. 한 원장은 이 책의 대표 저자다. 그가 아마추어 선수들과 함께한 15년의 세월이 책 속에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