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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 운전, 눈 내릴때보다 위험… 치사율 4.2배

입력 | 2015-02-12 03:00:00

[들이받고 내려앉고… 꼬리 문 대형사고]
전조등-안개등 켜고 서행… 안전거리 평소의 2배 확보




안개가 끼면 운전자는 시야 확보가 어렵다. 때로는 2∼3m 앞도 보이지 않는다. 도로에서의 사고 위험은 크게 높아진다. 11일 인천 영종대교에서 발생한 106대 추돌사고 역시 1차 원인은 짙은 안개였다. 2011년부터 3년간 통계를 분석해 보면 안개 낀 날 발생한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는 10.6명으로 비(2.9명)나 눈(2.5명)이 내린 날보다 훨씬 많았다. 안개 낀 날에는 대형 교통사고가 많이 난다는 의미다.

안개 낀 도로를 운전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서행’이다. 이날 사고가 난 영종대교의 평상시 제한속도는 시속 100km. 짙은 안개 때문에 전광판에 감속을 알리는 문구가 떴지만 상당수 운전자가 보지 못하거나 무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시거리가 20m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시속 40km 이하로 주행해야 사고를 피할 수 있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돌발 상황 때 급히 브레이크를 밟고 완전히 멈출 때까지 약 3초가 걸린다”며 “가시거리가 20m라면 시속 39km 이하로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거리 확보도 중요하다. 가시거리가 짧기 때문에 평소의 2배 정도 여유를 둬야 한다. 차로 변경도 최소한으로 줄이고 추월차로 대신 주행차로로 달리는 것이 안전하다. 전조등이나 안개등을 사용하면 다른 운전자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비상등을 함께 켜는 것도 좋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주변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창문을 열어 청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방법도 있다.

이날 사고가 난 영종대교에는 안개 대응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로 상황을 알려주는 전광판은 사고 지점 1km, 2km 후방 두 곳에 설치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사고 피해자 이모 씨(52)는 “전광판은 안개에 묻혀 아예 보이지 않았다. 앞에서 사고가 났다는 정보를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도로 갓길에 10m 간격으로 악천후나 어두울 때 빛을 내는 동그란 반사체도 운전자의 시야 확보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안개 낀 도로에서 차가 지나가면 길가에 등이 자동으로 켜져 뒤차의 시야 확보에 도움을 주는 장치도 개발됐지만 영종대교에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안개 등 악천후와 관련하여 강력한 교통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안개가 매우 짙을 때는 전광판으로 알리는 것을 넘어 도로 운행을 중단하거나 경찰차가 직접 차량을 인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순찰차가 서행하며 앞서가고 일반 차량이 뒤따라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오혁 hyuk@donga.com·김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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