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2월의 주제는 ‘약속’]<28>공공물품 깨끗이 쓰고 반납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일수록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아직까지 공용물품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사용한 후 반납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양심우산 대여 서비스’도 지켜지지 않는 약속 때문에 중단될 위기에 빠졌다. 서울메트로는 120개 역사 가운데 27개 역에서 비 오는 날 우산을 무료로 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름과 연락처만 써주면 바로 빌려 갈 수 있다. 대여 기간은 1주일 이내. 하지만 우산을 반납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지하철 3호선 녹번역은 2013년부터 2년간 우산 330개를 비치했지만 회수율은 0%다. 지하철 2호선 서초역도 인근 교회에서 우산 300개를 기증받아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한 개도 회수하지 못했다. 권동호 서초역장은 “돌려달라고 연락하면 ‘집이 멀어서 힘들다’고 하거나, 아예 틀린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적어 주는 사례도 있어 찾을 수 없다”며 “기증받은 우산이 돌아오지 않으니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허탈해했다.
무료로 빌릴 수 있는 물건 중에는 자전거도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의 자전거 대여소에는 무료 자전거 90여 대가 비치돼 있으며 서울 월드컵경기장과 양천구 목동에도 각각 50, 110대가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험하게 다루다 보니 고장 난 자전거가 많다. 2011년부터 서비스를 제공한 양천구의 자전거는 운영 4년 만에 거의 다 수리를 받았을 정도다. 양천구 관계자는 “새 자전거가 얼마 못 가 고장 날 만큼 시민들이 함부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자전거 회수율은 90% 정도로 높은 편. 월드컵경기장 자전거 대여소를 관리하는 김만록 씨(56)는 “폐쇄회로(CC)TV도 있고 본인 인증을 받아야 하니 반납은 잘되는 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약속된 반납시간을 넘기는 사례가 빈번해 다음 이용자가 오래 기다리는 불편이 있다고 지적했다. 8일 오전 잠실에서 자전거를 빌리던 김수연 씨(30·여)도 “공용이기에 더 아껴 쓰고 제자리에 갖다 놓아야 하는데 벌칙이나 감시가 없으면 그런 마음이 약해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