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시장 2조원 시대]<中>차이나머니의 빛과 그늘 영화인 33명 설문조사
CJ E&M이 중국과 합작해 지난달 개봉한 ‘20세여 다시 한번’은 매출이 3억5000만 위안(약 610억 원)을 넘어서며 역대 중국 로맨틱 코미디 장르 최고 기록을 세웠다. CJ E&M 제공
○ “웬만한 제작사는 투자 제의 받았을 것”
본보가 영화계 주요 인사 33명을 상대로 ‘최근 가장 주목할 만한 영화계 흐름’을 설문 조사한 결과 81.8%(복수 응답)가 ‘중국 및 해외자본의 유입’을 꼽았다. 중국 자본의 국내 진출은 완성작 구입이나 국내 인력 진출 단계를 넘어 공동제작, 제작사 지분 매입, 판권 구입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중국 측과 공동제작을 하고 있는 국내 영화는 장윤현 감독의 ‘평안도’를 비롯해 10편 남짓 된다. ‘괴물2’ ‘엽기적인 두 번째 그녀’ 같은 후속편이나 ‘미녀는 괴로워’ 등 리메이크작이 많다. ‘엽기적인…’의 한국 측 제작사인 ‘신씨네’ 신철 대표는 “1편 격인 ‘엽기적인 그녀’가 중국에서 개봉되진 않았지만 중국인 3억 명 이상이 DVD 혹은 주문형비디오(VOD)를 통해 본 상황이어서 후속편의 흥행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자본에 대한 시각은 우려와 기대가 엇갈린다. 당장 자금이 들어온다는 점에선 순기능 역할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입맛에 맞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하청업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견 영화제작자 B 씨는 “오랜 시간을 들여 개발한 시나리오를 비롯해 시행착오를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중국은 자본으로 쉽게 가져가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 배우의 중국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캐스팅도 어려워졌다. 실제로 설문조사에서 영화계 현안으로 10명(30.3%)이 과도한 배우 몸값 등 제작비 상승을 꼽아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B 씨는 “중국에서 촬영하고 있는 여배우를 두 달 반째 기다리느라 영화 진행을 못하고 있다”며 “1년씩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제작사 관계자 D 씨는 “인기 절정인 한류 스타가 중국 영화 출연료로 중국 톱 배우 수준인 40억∼50억 원을 요구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불가능하지 않은 액수”라고 말했다. 이런 몸값 상승이 국내 영화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과거에도 중국 시장만 고려해 영화가 산으로 간 사례가 적지 않았던 만큼 ‘차이나 머니’에 대한 환상은 금물”이라며 “해외 자본 활용과 함께 국내 영화산업의 내실을 다지는 작업도 함께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설문 및 인터뷰 참여자 33명 분야별 가나다순.▼
▽감독=김한민(대표작 ‘명량’), 김현석(‘쎄시봉’), 윤제균(‘국제시장’), 진모영(‘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제작사=권병균(시네마서비스 대표), 길영민(JK필름 대표), 김미희(드림캡쳐 대표), 남지웅(트리니티 엔터테인먼트 대표), 박신규(팔레트픽쳐스 대표), 송은주(빅스톤픽쳐스 이사), 심영(팝콘필름 대표), 심재명(명필름 대표), 엄용훈(삼거리픽쳐스 대표), 이우정(제이필름 대표), 이유진(영화사 집 대표), 주필호(주피터필름 대표)
▽수입 배급사=권미경(CJ E&M 한국영화사업본부장), 김시내(AUD 대표), 서동욱(NEW 부사장), 유정훈(쇼박스 대표), 유현택(그린나래미디어 대표), 이상무(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사업부문 상무), 최낙용(백두대간 부사장)
▽홍보 마케팅=김광현(영화사하늘 대표), 신유경(영화인 대표), 윤숙희(이가영화사 대표)
▽평론가=강유정(강남대 교수), 김시무(한국영화학회장), 남동철(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프로그래머), 윤성은(영화평론가협회 출판이사), 전찬일(부산국제영화제 연구소장), 정지욱(Re:WORKS 편집장), 편장완(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