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와 함께 하는 대한민국 헌법 이야기] 27조 1항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석궁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부러진 화살’의 한 장면. 동아일보DB
손상식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원
헌법재판소는 재판을 받을 권리는 직업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므로 국민참여재판은 재판을 받을 권리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우리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흔히 재판청구권이라고 부르는 재판을 받을 권리는 개인의 권리 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법치국가의 실현을 위하여 가장 필수적인 기본권이다.
재판은 분쟁의 대상이 되는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그렇게 확정된 사실관계에 법률을 해석하여 적용하는 것을 본질로 한다. 따라서 재판청구권은 법관으로부터 사실적 측면과 법률적 측면에서 적어도 한 차례의 판단 기회를 보장받는 것을 핵심적인 내용으로 한다. 만일 그러한 기회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재판청구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법관에 의한 사실적 측면과 법률적 측면에서의 판단 기회가 주어졌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먼저 법관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해 임명되고 신분이 독립된 법관이어야 한다. 만약 법관이 사건의 당사자 중 한쪽과 친분이 있다면, 그는 독립적이며 중립적인 법관이 아닐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쪽 당사자는 법관을 교체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재판은 법관의 개인적인 상식이나 감정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의한 재판이어야 한다. 이때 법률은 헌법에 합치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법률이 위헌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면 법관은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물어 그에 따라 재판을 해야 한다. 나아가 신속하고 공개적인 재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지연된 재판은 이기더라도 당사자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을 수 있고, 재판의 공개는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는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여하여 유죄 여부를 가리게 되는 배심재판을 받을 권리를 헌법상 권리로 보장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 헌법에는 그에 관한 규정이 없다. 다만 우리 헌법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신분이 보장되는 직업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로 이해하고,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청구권에 의해 보호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헌법재판소의 판단대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직업 법관에 의한 재판’으로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곧 국민참여재판이나 배심재판의 도입을 금지하는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직업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오직’ 직업 법관에 의한 재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직업 법관과 함께 일반 국민이 재판에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직업 법관에 의한 재판이 아니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모든 국가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의 이념(헌법 제1조 제2항)이 사법부의 구성과 그 권한의 행사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면, 일반 국민의 사법 참여 역시 헌법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이다.